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아픈 후배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본문
인천문화도시발전계획 최종 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시청 회의실에 갔습니다. 발표 내용은 이미 여러 번 들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새로울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좀처럼 얼굴보기 힘들었던 연관부처 담당 공무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모임이었습니다. 시장은 잠깐 ‘형식적으로’ 앉아 있다가 다른 일정 때문에 서둘러 나갔습니다.
내가 시청에 와 있을 때 마음이 아픈 후배 하나 혼자 사무실을 지키다 ‘월미도 놀러가려고’라는 문자를 남기고 가버렸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내 책상에는 후배가 만든 음반 하나 티셔츠 한 벌 배즙 한 팩 필터 커피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그것을 내게 주려고 바리바리 싸왔을 후배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사실 후배는 오래 전부터 조울증을 앓아왔습니다. 최근 조증의 징후가 발견되었다고 주변 지인들이 연락을 해왔기 때문에 그녀의 상태는 알고 있었습니다. 대책 없이 유쾌하고 미친 듯이 sns에 글을 남기고 각종 모임에 나가 욕설을 퍼붓기도 하는 후배의 징후는 이미 익숙합니다. 울증 상태가 되었을 때는 어디론가 훌쩍 말도 없이 떠나버리거나 자주 가는 카페에 들러 하루 종일 음악을 신청하거나 멍한 눈으로 다른 손님들을 지켜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나온 적이 여러 번입니다. 지속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후배는 약을 먹으면 머릿속이 멍해진다며 약을 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병이 도지면 가까운 사람들이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후배가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이유도 아마 그러한 병 때문일 거라 짐작됩니다. 지금은 자상하고 헌신적인 남편을 다시 만나 생활이 많이 안정된 듯 보이지만 여전히 때가 되면 발병하는 오랜 지병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전 남편도 지금의 남편도 다 내가 아는 후배들입니다. 두 명 다 좋은 후배들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전 남편보다는 현재의 남편이 후배를 훨씬 더 사랑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것들을 감당하고 있는 거지요. 며칠 후면 전 남편이었던 후배 또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 소식을 들었던 걸까요. 후배는 그 결혼식에 가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었지요.
주변에 아픈 후배들이 많습니다. 그것이 몸이 되었든 마음이 되었든 하나쯤의 병통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나도 어머니도 서너 가지의 병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후배는 마음이 아픈 거예요. 그래서 더 치료가 쉽지 않은 겁니다. 항암치료 중 뇌종양 수술을 받고 정양 중인 후배도 오늘 사무실에 들러서 혼자 있다 가버린 후배도 모두 사랑하는 후배들입니다. 자애로우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부디 그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셔서 하루 빨리 모든 병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그리하여 이 혹독한 여름을 잘 견뎌내고 가을 앞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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