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우발적으로 병원을 찾아들다 본문
오늘 아침 나는 출근길에 많은 일들을 했다. 며칠째 잦아들 줄 모르는 기침이 걱정 되어 집 근처 병원에 우발적으로 들렀다. 성심의원. 아침 8시30분부터 10시까지 '성심'성의껏 진료를 하는 병원이다. 게다가 연중무휴, 그 비현실적 진료 일정의 성심에 감응했는지 우리 동네 노인들은 대부분 그 병원을 찾는다. 나는 노인은 아니지만 그 병원을 찾았다. 진료과정은 속전속결이었다. 의사는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 묻더니 당뇨나 혈압약 먹는 것이 있느냐, 약이나 주사의 부작용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느냐, 입을 크게 벌려 봐라, 가 진료과정의 전부였다. 그리고 주사를 맞고 3일치 약을 처방받았다. 어머니는 내가 병원을 찾은 것을 알면 크게 기뻐하셨을 게 분명하다. 며칠 전부터 "그러지 말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한 대 맞아라. 그게 빠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찾은 병원이었지만 괜스레 효도한 것 같은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나와 주민자치센터 쪽으로 걸어나오자 활짝 핀 벚꽃이 나를 맞았다. 근처 가게에 들러 복권 두 장을 구매했다. 눈 시린 봄 하늘을 보니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좋은 일이 꼭 복권당첨이 아니라도 상관없지만, 많은 좋은 일들 중 하나가 복권당첨이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정거장 앞 휴대폰대리점에 들어가 액정보호 필름을 교체했다. 젊은 점장은 유쾌한 표정으로 선뜻 필름을 갈아주었다. 필름을 조심스레 화면에 올리고 기포가 생기지 않게 천천히 눌러주는 그의 모습에서 장인의 포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교통비 3만 원을 충전하였다. 이따 두 시에는 장애인문학상 심사를 위해 '중구장애인종합복지관'엘 가야 한다. 참으로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12시47분)
[오후 일정]
중구장애인종합복지관 2시~5시. 올해까지 세 번째 심사에 참여했다. 응모 작품 수는 작년에 비해 100여 편이 많은 총 800여 편. 작품의 질도 현저히 좋아졌다. 여전히 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론한 수기형 글들이 많았지만 간혹 기성 문인 뺨치는 수작들이 눈에 띄었다. 다만 운문과 산문을 가리지 않고 대상을 뽑는 문제라든가 8백여 편의 작품을 5명의 심사위원이 하루 만에 모두 심사를 해야 한다는 일정 상의 문제는 시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간에 쫓기면 심사를 하다 보면 분명 훌륭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심사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가 끝나고 저녁식사를 대접하겠다는 복지관 측의 제안이 있었지만 컨디션도 좋지 않고 택배를 받아야 해서 곧바로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니 주문한 물건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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