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정치인들은 각성하라 본문
표현의 자유에 조종을 울린
천박한 정치인들은 ‘더러운 잠’에서 깨어나라
우리는 다시금 비통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묻는다. 과연 대한민국에는 표현의 자유가 존재하는가? 헌법에 보장된 당연한 권리에 대해 그 존재 유무를 새삼스레 물을 수밖에 없는 오늘의 상황이 얼마나 이 나라의 문화예술적 품격을 훼손하는 것이며 또한 일군의 반동적 흐름이 얼마나 예술작품과 예술가들에 대한 천박한 마녀사냥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를 아프게 확인하며 이 땅의 예술가들은 슬픔과 분노를 넘어 자괴감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의 마타도어의 표적이 된 그림 <더러운 잠>은 미술책에도 나오는 <비너스의 잠>을 패러디한 것으로, 세월 호 참사 당시 수백 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데도 태연하게 머리 손질이나 하면서 수수방관한 현직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풍자한 그림이다. 작품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문제의식이 투영된 엄연한 하나의 예술작품인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새누리당과 보수단체 회원들은 예술작품이 갖는 함의에는 의식적으로 눈을 감은 채 풍자의 대상으로 등장한 식물 대통령만 문제 삼으며 본질을 호도하고 심지어는 작품까지 훼손하였다.
풍자란 본디 약자들의 공격전략이다. 지니고 있는 ‘무기’가 턱없이 부족한 약자들이 온갖 물리력을 앞세워 전방위적인 탄압과 수탈을 일삼는 권력가들을 타격하기 위해 고안해 낸 효과적인 응전방식이 바로 풍자라는 말이다. 따라서 풍자는 숨은 칼날이면서 동시에 집요하고도 유쾌한 공격방식이다. 해당 작품을 보면서 칼에 베인 듯한 고통을 느꼈다면 그들은 스스로 부당한 권력의 편에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마도 현재 국정농단의 실체를 알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오히려 유쾌한 쾌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벌어진 이러한 야만적인 폭거를 바라보면서 몇 가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다시 말해 작품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넘어 훼손까지 자행한 자신들의 행위를 마치 ‘부당한 흐름을 응징한 정의의 투사’인양 코스플레를 하는 동시에, 선의를 가지고 편의를 제공한 표창원 의원에 대해 사퇴압력을 가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그 동조세력들의 공격 속에는 적반하장을 넘어 뭔가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이번 사건이 단지 예술에 대해 무지한 몇몇 친여 성향 인물들의 천박성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라, 최근 국민적 지지를 상실한 수세국면을 이번 사건의 침소봉대와 왜곡을 통해 일정부분 희석하려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정치적 음모가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그 동조세력들의 엽기적인 몰상식과 일탈 행위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국민들의 뜻으로 원내 제1당의 지위를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더욱 목불인견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어 안타깝다. 자당의 국회의원이 연류 된 일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엄중한 문제임이 분명한데도 선거에서의 패배가 두려운 나머지 ‘표현의 자유’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안 한 채, 표창원의원만 당윤리위원회에 회부 해 6개월의 당직정지라는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들이 생각하는 국민은 누구이고 그들이 생각하는 권력은 누구를 위한 권력이란 말인가. 예술의 문제를 정치의 문제로 치환한 천박함도 소가 웃을 일이지만, 정치적으로 보아도 매우 속 보이고 국민의 뜻과 반하는 하류정치의 모습을 보였다는 데서 과연 저들에게 수권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눈치 보기의 행태는 더불어민주당 뿐만 아니다. 국민의당의 경우는 이 문제를 ‘여성혐오’라는 문제로 치환하여 공격하는 무지와 몰지각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는 여성이기도 하지만 민생을 파탄 낸 보통명사로서의 ‘나쁜 정치가’가이고 당연히 풍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도 갑자기 대통령의 여성성을 강조하면서 여성혐오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된 것이 아닐 수 없다.
함량미달의, 파렴치한 대통령의 무능과 위선, 그리고 그 권력에 기생하는 온갖 정치건달들과 부역자들에 의해 농단 당해 가쁜 숨을 몰아쉬던 이 땅의 정치와, 국민의 권리와, 헌법의 가치들이 국민 스스로가 밝힌 촛불을 자양으로 다시금 살아나고 있는 이때에, 그러한 새로운 희망의 불꽃 위에 찬물을 끼얹는 여야정치인들의 행태는 역사가 기억하고 반드시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 확신한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의 주인은 당연히 국민이다. 따라서 위임해준 권력을 남용하거나 전횡을 일삼는 권력가와 정치인들에게 빌려준 권력을 회수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국민이다. 지금은 예술적 풍자를 통해 ‘우아하게’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이러한 국민의 경고를 두려워하지 않을 경우 그 부당한 권력과 천박한 정치의 끝은 지금보다 훨씬 냉혹할 것임을 명백히 밝혀두지 않을 수 없다.
하여 우리는 또 한 번 묻는다. 이 땅에 표현의 자유는 과연 존재하는가? 이것에 대한 대답을 우리는 이제 정의롭지 않은 권력자와 그 주구들 그리고 눈치나 보고 있는 보수야당들에게 얻어낼 생각이 추호도 없다. 우리의 자유는 본디 우리 것이었고 따라서 우리의 권리와 우리의 자유는 우리 스스로 지켜나갈 것이다. 그것이 도도한 역사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가르침이고 오늘의 광장이 복습시킨 명백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예술가들은 비통한 마음을 추스르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엄중한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 작품을 훼손한 새누리당 외곽조직과 보수단체 회원들은 예술작품 훼손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라.
- 더불어민주당은 표창원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 더불어민주당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자당의 입장을 명백히 밝히고 새누리당과 그 동조세력에 부화뇌동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
- 작품에 대한 비판적 의견개진을 넘어 개인과 그의 가족의 인격을 모독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검경은 즉각 조사하여 그 책임을 물으라.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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