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가을볕 좋은 날 본문
재활용품으로 급조된 옹색한 보금자리 속에서도 잘 견뎌주고 있는 아이들. 벽란(碧瀾)은 버려진 꽃대에서 잘라 커피케이스에 넣어준 건데, 불평을 하기는커녕 어느 새 뿌리까지 내렸어요. 장미는 지난 주말 민예총 평화축제 때 춤꾼 삼헌이의 소품으로 쓰였던 친구. 꽃들의 언어는 인간의 그것과는 다를 터여서 이 친구들의 '민원(民願)', 아니 '화원(花願)'을 들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악조건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여전히 '장미'로서의 자존심을 잃지 않고 있으니, 인간의 심사에서 볼 때는 너무도 미쁘고 다행한 일입니다.
어지러운 세상을 생각하면 잠깐 동안의 여유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을볕,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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