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어머니의 가을 본문
계절이 바뀔 때면 파킨슨병인 어머니의 오른손은
갈피를 잃고, 제멋대로 분주하다.
마치 한 생을 저울질 하는 판관 앞에서
판결을 기다리며 떨고 있는 수인의 손처럼.
그러나 곤충의 고치처럼 움츠러든 저 작은 몸속에 담긴
뜨거운 한 생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저울이 있을까.
점점 작게 점점 여리게 데크레센도로
부박한 세상과의 완전한 격절을 준비하는
치열했던 한 생의 눈물겨운 장엄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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