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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편지... K형님께 본문

일상

편지... K형님께

달빛사랑 2009. 11. 18. 15:46

 

 

, 요 며칠 아침저녁으로 제법 익숙한 바람이 불었어요. 그러나 오늘 하루 햇살은 무척 투명했습니다. 무구한 아이의 얼굴 같은 화사한 햇살 아래서 김영동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니까 마음이 괜스레 짠해지네요. 문득 '어디로 갈까나', '조각배', 그리고 특히 형이 좋아하셨던 '한네의 이별' 같은 노래가 떠오르는 20대 시절, 그 대책 없이 격정적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면 가슴 한 구석이 왜 이리도 찡해오는 건지, 계절 탓일까요. 아니면 마음이 자꾸 약해지고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는 건 제가 그만큼 나이 먹었다는 증거일까요? 나 원 참, 저 왜 이럴까요.

 

, 기억하시죠? 새우깡에 소주를 마시며 신촌 발() 백마 행() 열차, 짐칸에서 부르던 노래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채 풋풋함을 간직했던 서울 외곽의 고즈넉한 풍경들, 눈 내린 백마읍 들판에서 함께 바라보던 불투명한 우리의 미래와는 달리, 너무도 아름다웠던 저녁노을……. 생각납니다. 그리고 장난처럼 만나고 소설처럼 헤어졌던 애인들, 그들과 함께 맞이했던 새벽 미명의 을씨년스러움. 열정 하나로 오랜 위염 증상을 다스리며 시대와 역사를 고민하고 부조리한 모든 것들에게 감자를 먹이던 젊음의 한 때가 생----.

 

추억은 언제나 물기와 더불어 환기되는 법인가요? 그립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하여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그때, 그 자리, 그 사람들. 그 흐린 기억 속에서도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곤 하던 형님의 쓸쓸했던 뒷모습이 선명합니다.

 

그 동안 연락 못 드려 죄송합니다. 잘 계신 거죠? 연구소의 일들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열정적으로 치른 '세계 인문학 포럼'도 관심을 갖고 지켜봤답니다. 역시 형님의 추진력은 여전하네요. 문자를 받고도 답장을 못한 건, 죄송해서였습니다. 그간의 격조함은 전적으로 제 탓일 테니까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후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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