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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바람은 머리칼을 흔들어 대고 (9-23-월, 맑음) 본문

일상

바람은 머리칼을 흔들어 대고 (9-23-월, 맑음)

달빛사랑 2024. 9. 23. 23:32

 

오늘은 정말 월요일 같지 않은 월요일이었어. 요 며칠 사이에 월요일을 두 번 겪은 느낌이야. 지난 목요일이 그랬어. 아침에 잠 깼을 때 흡사 월요일 같았지. 5일간의 긴 휴무 끝에 출근하는 날이라서 그런 걸 거야. 자주는 아니지만 그런 경험이 한두 번씩은 있지 않아? 어릴 때 자다가 깨서 사위(四圍)를 둘러본 후 학교 가야 한다며 부산을 떤 경험 말이야. 실상은 오후의 낮잠이 너무 깊었던 탓에 잠에서 깼을 때는 아침인지 저녁인지 헷갈렸던 거지. 멍한 그런 모습을 본 형이나 누나가 “야, 뭐 해. 학교 갈 준비 안 하고” 하며 채근하고 엄마까지 동조해 일부러 지청구를 주면 자기가 너무 오래 자서 이튿날 아침에 일어난 것인 양 부랴부랴 학교 갈 준비를 하다가 모두에게 놀림당한 일 말이야.

 

나는 얼마 전에도 그런 걸 경험했지. 자다가 일어나 시계를 봤을 때, 그때 시각이 늘 일어나 출근 준비하던 6시 30분이었다. 욕실에 들어가 소변을 보고 양치를 할 때조차 이튿날 아침이 아니라 당일 저녁임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텔레비전에서 저녁 뉴스가 나오는 걸 보면서 ‘아, 저녁 6시구나’라는 걸 비로소 깨달았지. 그때 왜 그렇게 안심이 되든지, 마치 반나절을 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 점심은 날이 너무 좋고 보운 형도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까지 걸어가서 점심 먹고 왔다. 권 선생 자서전 윤문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겠다고 윤 대표에게 전화했다. 내일도 민예총 창립 30주년 기념 좌담회를 준비해야 해서 시간이 빡빡하다. 그리하여, ‘언제’라고 특정하지 않고 '이번 주 안'에 전해주기로 했다. 삼성 주식은 여전히 고전 중이다. 하지만 내가 팔면 오르고 내가 사면 내리는 징크스는 벗어날 수 있을 거 같긴 하다. 이제는 다소 요령이 생겨서 손해도 크진 않다. 많이 벌려고 하지 않으면 손해도 적은 법이다. 다만 얼마 전 매도한 '코칩' 주식이 오늘 4천 원 가까이 올랐다. 만약 2,000주를 팔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면 8백만 원을 벌었을 텐데...... 요건 조금 아까웠다. 내 몫이 아닌 건 어쩔 수 없다. 


저녁 먹으며 유튜브를 켜니, 살해된 후 아파트 베란다 시멘트 구조물 속에 암매장 됐던 여성의 시신이 16년 만에 발견됐다는 뉴스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아파트 누수 공사를 하느라 시멘트 구조물을 철거해 보니 그 속에 밀랍처럼 보관된 여성의 시신이 암매장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여성의 시신은 시멘트로 뒤덮혀 있었기 때문인지 지문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양호했고, 그 지문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후, 16년 전 동거했던 50대 남성을 유력한 범인으로 특정해 체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암매장은 혐의는 이미 공소시효가 다 되어 기소할 수 없고 살인혐의만 적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다시 한번 완전범죄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비참하게 살해당한 여성의 영혼은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며 그곳을 떠나지 못한 채 16년을 기다려왔던 게 아닐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다. 이제 피곤한 영혼은 하늘에 들어 영원한 안식을 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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