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누군가에게 스며든다는 일 (9-25-수, 맑음) 본문

상처를 덮은 거즈 위로 붉은 피가 스미듯 적당한 온도의 물과 만난 다기(茶器) 속 차(茶) 향(香)이 물과 공기 속에 퍼지며 스미듯 기쁜 당신의 마음속으로 슬픈 당신의 눈물 속으로 끝내는 지극히 구체적인 당신의 아픔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면 모든 뿌리들에 빗물이 스미듯 열매의 속살에 가을 햇볕이 스미듯 무척이나 그윽하고 자연스레 스며들어 어느 날 문득 힘든 당신이 뒤를 돌아봤을 때 익숙한 풍경처럼 오랜 그림처럼 나 그곳에 서 있을 수 있다면 그대의 손과 내 손이 만나 이루는 수줍은 호선(弧線)처럼 그렇게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게 스며들 수 있다면 스며들어 끝내는 우리가 하나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문계봉, ‘동화(同化)―운유당(暈遊堂) 서신(書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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