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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빗속에 흘린 약속들 (7-3-수, 흐림) 본문

일상

빗속에 흘린 약속들 (7-3-수, 흐림)

달빛사랑 2024. 7. 3. 21:22

 

어제 퇴근하면서 혁재에게 들렀다. 비 내리는 만석부두, 도착했을 때 미경이 먼저 와서 밥을 먹고 있었다. 사실 혁재를 만나러 가기 위해 사무실을 나갈 때 그녀의 문자를 받았다.

“오늘 막걸리 한잔하실래요?”

나는 짧게 대답했다.

“혁재 만나러 가는 중”

그러자 그녀는 “아, 네네” 하고 답장을 보내왔다. 대답을 반복하는 건 그녀의 버릇이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당연히 그녀가 구월동에 있거나 신포동 출판사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혁재의 작업실에서 천연덕스레 밥을 먹고 있었던 거다. 반가우면서도 깜짝 놀랐다. 아마도 미경은 내가 만석부두로 가는 걸 모르고 문자를 보냈다가, 내가 혁재에게 간다고 하자 자신도 신포동 출판사에 있다가 들렀을 것이다.

신포동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이곳은 그녀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의 아지트다. 그녀는 차가 있어 술을 마시진 않았고 내가 도착한 후, 한 시간쯤 머물다 먼저 자리를 떴다. 그녀는 안주하라며 나를 위해 참치 한 팩을 사다 주었다. 선아와 그의 애인 재호도 낮부터 술 마시고 있었다. 그들도 작업실 임대료를 분담하는 또 다른 주체다. 2층은 재호의 현장 자재(資財)들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고 있다.

유리 출입문 밖으로 보이는 버스 정거장에서는 15번 버스가 손님이 없어도 잠시 정차했다 출발하곤 했다. 가끔 차를 기다리던 행인들이 우산의 물을 터는 체하며 유리 너머 우리들을 슬쩍슬쩍 쳐다보다가 우리와 눈이 마주치면 이내 시선을 돌렸다.

저녁 7시쯤에는 친구 임기성과 그의 아내이자 내 초등학교 후배인 양미가 직접 담근 막걸리를 들고서 작업실에 들렀다. 솔직히 그들이 오고 나서는 (양미가 기억하는) 내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와 기성이와 양미의 러브스토리, 기성이가 양미 속을 썩인 이야기 등을 나누며 깔깔댄 기억은 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술에 취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15번 버스가 우리 동네 도착할 때쯤 혁재가 잘 들어가셨냐며 전화한 건 기억한다. 동네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암튼 어제의 우발적인(아니, 사실 비가 왔으므로 나에게는 필연적인) 만남은 후유증도 없고, 기분 좋게 끝났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기 때문일 것이다. 뉴스에서 하도 폭우가 내릴 거라 호들갑을 떨어서 오늘도 내심 비를 기대했는데, 오늘은 아쉽게도 비가 없었다. 어제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기홍이가 내일 술 한잔하자고 연락이 왔다. 금요일 점심에는 가족들과 식사하고 저녁에는 로미와 혁재를 만나기로 했으며 일요일에는 최은주 씨네 옥상에서 파티가 있다는데, 컨디션 조절 잘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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