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그 겨울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1-12-금, 맑음) 본문

일상

그 겨울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1-12-금, 맑음)

달빛사랑 2024. 1. 12. 20:45

 

 

그럼 그럼, 어떻게 그 겨울의 당신들을 잊을 수 있겠어. 신촌에서 흑석동에서 가끔은 서초동이나 동교동의 술집에서 우리는 겨울의 견고한 방벽을 자주 넘나들며 혁명을 이야기하곤 했지. 배고프고 춥던 시절이었어. 몰입해 읽던 시집 속 문장들이 자주 미늘이 되어 우리의 심장을 낚아채곤 했지. 그때 우리에겐 두려움조차 사치였어. 혁명은 멀고 가슴속에서 자주 버석거리는 마른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리더라도 우리는 흔들리면 안 되었어. 그러나 우리는 서로 느낄 수 있었지. 심장에서 눈빛을 거쳐 표정으로 드러나던 떨림, 두려움..... 그건 불안함에 가까운 것이었어. 물리적 탄압보다 더 우리를 미치게 한 것은 언제나 앞에서 손짓만 하는 혁명의 그 달콤한 유혹 혹은 다가가며 자꾸만 뒷걸음질하는 혁명가의 희미한 초상들이었지. 미처 준비되지 않은 미숙한 청년들의 감상적 다짐으로는 결코 열어젖힐 수 없는 그 길을 가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던 것이지. 세월이 지나고 생각해 보면 한편으로는 참 대견하기도 해. 무엇에 홀려 그리 된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그 시대의 바람에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섞여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어.


퇴근 무렵에 은준, 상훈, 우리 집 근처에 와서 술 마셨다. 은준이 아르바이트 보수를 받은 모양이었다. 포장마차 술값이라 그리 비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1, 2, 3차 모두 은준이가 계산했다. 맥줏집(인쌩맥주)에 있을 때 혁재와 로미로부터 전화가 와 뭔가 주절대긴 한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가 "부평 술집에 왔는데, 여기서 만난 어떤 분이 형을 안다고 해서 연락했어요" 하며 누군가에게 전화기를 넘겼는데, 그는 내가 좋아하는 선배인 찬희 형이었다. 인천이 참 좁구나. 그들은 또 어떻게 한 곳에서 술 마시게 되었을까. 아무튼 죄짓고 살면 안 되겠다. 그나저나 상훈이가 도모하는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충분히 궁핍했다. 그도 이제 딱정이 같은 궁핍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