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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그리움도 병인 양하여 (1-9-화, 많은 눈) 본문

일상

그리움도 병인 양하여 (1-9-화, 많은 눈)

달빛사랑 2024. 1. 9. 20:42

 

 

종일 눈이 내렸다. 가끔 펄펄 내리고 자주 풀풀 날렸다. 생각보다 기온이 높아 눈은 내리는 족족 녹아버렸다. 이런 날은 평소보다 말이 많아진다.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싶고 맘에 맞는 지인들과 술 한잔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저녁나절 상훈에게서 몇몇 약속 건과 관련한 전화를 두어 통 받았고, 퇴근해서는 혁재와 은준에게 전화를 받았지만, 만나지는 않았다. 귀가 전에 혁재의 전화를 받았다면 아마 만석동으로 갔거나 갈매기에서 그를 만났을 것이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전화를 받았다. 다음에 보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상훈이는 내심 내가 술 한잔하자고 말해주길 바라는 눈치였으나 퇴근 무렵 그는 사당에서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에 만나자고 했다. 모든 건 타이밍이다. 사랑도 만남도 심지어 가끔은 식당의 메뉴를 고르는 것까지도.

 

나에게 그리움은 확실한 지병이다. 기후에 따라 마음이 요동치는 것도 사실 누군가를 혹은 지나온 어떤 날들을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에는 특히 지나온 추억들이 기시감으로 다가오곤 한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당시의 사람, 장소, 나의 심리상태가 또렷하게 기억난다. 이 지병이 나를 긴장하고 하고 이 지병이 나에게 글을 쓰게 하는 힘이겠지. 그래서 많은 병 중에 낫질 않길 바라는 유일한 병이다. 시간과 장소, 그 속에 실재하던 인물들이 더는 그립지 않게 될 때, 삶의 의미도 잃게 되는 것이다.

 

❚점심은 비서실 후배들과 구내식당에서 먹었다. 메뉴는 완두콩 밥, 오징어카레, 돈가스, 생선가스, 샐러드, 시금칫국, 김치, 단감 반 조각 등이었다. 입에 맞아 과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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