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새로운 시작 (1-3-수, 오전에 비 내리고 오후에 갬) 본문
출근길에 이슬비 내렸다. 예보에서는 눈이 내릴 거라고 했지만 눈은 아니었다. 날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나흘 만에 출근했더니 신년 1월 1일 자로 새롭게 비서실로 배속된 낯선 직원이 웃으면 인사했다. 전에 있던 김 비서나 현재의 박 비서보다 앳되어 보였다. 사무관에게 듣기로는 현 비서실 박 비서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공무원 급수로는 위라고 하던데, 공무원 사회에서는 이런 경우 어떻게 관계 정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서로 감정 상하는 일 없이 원만한 관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점심에는 정초라서 비서실 식구들끼리 나가서 식사했다. 메뉴를 고르라고 해서 한우육회비빔밥을 골랐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15,000원을 내고 먹기에는 아쉬운 맛이었다. 보운 형이 선택한 우거지해장국이 훨씬 맛있어 보였다. 이러니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이 있는 거겠지. 식사하고 비서실장이 커피를 사줘서 하나씩 들고 사무실로 귀가했다. 한동안 일회용 컵을 들고 청사에 들어서면 눈치가 보일 때가 있었다. 환경 보호 차원에서 벌인 캠페인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직원들의 손마다 테이크아웃 커피가 들려 있었다. 그나마 재활용이 안 되는 종이컵이 아니라 비닐 컵이라서 다행이었다.❚
오늘은 소상공인연합회 총회 축사와 인천여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졸업식 축사, 두 건의 축사를 처리해서 비서실에 넘겼다. 축사를 쓰면서도 감(監)님은 정말 피곤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과 관련된 단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단체와 모임에도 축사를 보내는데,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기도 하고, 선출직 교육감으로서 자신에게 표를 준 지지자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축사를 요구하는 경우나 교육과 무관한 기관의 축사 요구는 감님의 축사를 통해 자신의 지위와 인맥을 과시하고 싶은, 일종의 호가호위 심리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래도 광역시 교육감의 축사는 무게감이 있을 테니 말이다. 심지어 진보 교육감에게 해병전우회나 월남파명 전우회 등과 같은 보수 단체에서도 축사를 요구한다.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는데, 어차피 거절하거나 끊어낼 게 아니라면, 차라리 이러한 교육감의 광폭 행보를 통해서 진보 교육과 보수 진영의 접점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설픈 타협을 바라는 게 아니라 꽉 막힌 그들에게 진보 교육의 이념과 그 타당성을 알려내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축사라는 형식을 통한 다양한 조직과의 관계 맺기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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