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엄마, 하늘의 꽃밭을 손보기 시작하다 (1-5-금, 뿌연 햇빛) 본문
3년 전, 오늘부터 엄마는 현저하게 까라지기 시작했다. 세속의 눈으로 보면 엄마의 몸으로부터 기운이 점차 빠져나가고 있던 것이었겠지만, 믿음의 눈으로 보면 이때부터 엄마는 자신의 영원한 쉼터인 하늘의 꽃밭을 최종적으로 손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가슴이 답답하고 메슥거린다며 자주 힘들어하셨고, 먹는 음식을 족족 게우셨지만, 그것은 어쩌면 나를 포함해서 지상에 속한 모든 미련을 떨쳐내기 위한 일종의 의식 같은, 마지막 안간힘이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흘 후인 8일, 하늘에 들기 바로 전날 밤 11시쯤, 이제 속이 편해졌다며 식탁에 앉아 동치미 국물과 흰죽을 나와 함께 드셨고, “너도 피곤할 테니 이제 쉬어라”라고 평소처럼 담담하게 말씀하신 후 잠자리에 드셨다. ❚이튿날 새벽 엄마는 늘 하나님께 기도하며 바랐던 것처럼 자신이 지내오던 방, 침상 위에서 평화로운 모습으로 주무시듯 하늘의 꽃밭으로 올라가셨다. 혼자 엄마와 영별한 그 새벽, 슬픔과는 결이 다른,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함과 장엄함이 온몸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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