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폴 모리아의 연주곡을 듣는 밤 (12-13-수, 흐림) 본문

일상

폴 모리아의 연주곡을 듣는 밤 (12-13-수, 흐림)

달빛사랑 2023. 12. 13. 20:44

 

폴모리아 연주를 듣는 밤, 익숙한 멜로디가 불러온 오래된 기억들을 책상 위에 펼쳐놓는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기억들은 슬프거나 기쁘거나 가리지 않고 비슷한 색을 갖는다. 세월 속에서 기억도 탈색되는가? 감각은 거짓말을 못하기도 하지만 속이기도 쉽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었던가. 아마도 있었을 거다. 눈 오거나 바람 부는 날 밤, 할 수만 있다면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었지. 진한 그리움과 아픈 외사랑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지던 희한한 시절이었지. 그것이 그 시절만의 미덕이라면 그때의 추억은 그곳에 있어야 한다. 추억도 있어야 할 자리가 있는 법이다.

 

좋은 꿈, 이를테면 돼지꿈이나 엄마꿈과 같은 그런 꿈을 꾸고 나서 혹시 하는 마음에 구매했던 복권은 아쉽게도, 아니 당연하게 모두가 꽝이었다. 이제껏 복권을 구입한 돈을 모았으면 수백만 원은 됐을 테지만, 사실 복권을 사지 않았다고 해서 그 돈이 오롯이 내 자산이 되어 통장에 보관되어 있진 않았을 거다. 다른 곳에 소용이 있었겠지. 어차피 내 수중을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던 돈들은 막는다고 남아 있을 턱이 없다. 그래도 기다리는 동안은 잠시 들뜨기도 했으니 그럼 된 거지 뭐. 단조로운 일상에 작은 긴장감을 주었잖아. 매주 당첨자들이 십여 명씩 나오는데 그게 내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거잖아. 그 일말의 가능성과 작은 설렘 때문에 습관처럼 5천 원, 만 원을 쓰게 되는 거 아니겠어?

 

정신건강 측면에서 보면 한 달에 2~3만 원으로 설렘 속에 사는 건 그리 나쁜 거래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몸을 축내는 술과 담배에 들이는 돈을 생각하면 복권이 오히려 건강한 오락이지. 그러다 덜컥 당첨되면 인생역전도 바라볼 수 있는 거고. 하긴 큰 금액이 당첨된 사람들 중 온전한 정신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몇 안 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아무튼 지난주에 산 복권은 모두 꽝이다. 그래도 또 구매할 생각이다. 아무려면 어때.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인류와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야지. 망설일 게 뭐 있어.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