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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추적추적 비 내리다 (04-25-화, 흐리고 비) 본문

일상

추적추적 비 내리다 (04-25-화, 흐리고 비)

달빛사랑 2023. 4. 25. 20:20

 

문화재단 S 본부장이 부탁해 와 학생교육문화회관 공연일정을 액셀 파일로 받아 전달해 주었다. 교육문화회관의 업무분장을 정확하게 몰라서 파일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담당자를 바꿔가며 전화를 해야 했다. 결국 본청에 있다가 교육문화회관으로 간 이모 연구사와 민모 공연팀장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받았다. 공무원 조직은 확실히 간부 인맥을 활용하면 일이 빠르게 진행된다. 오늘 통화하면서 느낀 점인데, 교사 출신인 장학사들과는 달리 일반직 직원들은 나와 같은 임기제 간부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시간 되면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아무튼 "혹시 교육문화회관 1년 공연일정을 파일로 받을 수 있나요?" 하고 정중히 부탁했는데도 불구하고 파일은 정작 그에게 받은 게 아니라 이모 연구사에게 받았다. 약간 짜증이 났지만, 이해하기로 했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겠지.

 

교육감이 유럽 출장을 떠난 지 이틀째, 3층 교육감실과 비서실은 썰렁하다 못해 적요하기까지 했다. 지난주 화요일에 입원한 비서실장은 내일 퇴원 예정이고 비서들은 교육연수를 떠나 내일이나 되야 업무에 복귀한다. 다행히 보운 형이 출근해  우리 방은 덜 쓸쓸했다. 화장실 가다가 복도에서 주(周) 비서관을 만났을 때는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날 뻔했다. 하지만 10시쯤 보운 형이 외근 나간 탓에 점심은 혼자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직장에서는 혼밥을 하면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한다. 왕따가 아닌 이상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근처에서 회의를 끝내고 설렁탕집에 들른 정세일 형과 황모, 이모를 비롯한 (5분의) 선배들은 나를 보자마자 첫마디가 "왜 혼자 밥 먹고 있어?"였다. 딱히 대답을 들으려고 질문한 거 같지 않아 나도 그냥 빙그레 웃고 말았다.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시원스럽게 내리지 않고 이렇듯 감질나게 내리는 비는 도무지 감흥이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퇴근하다 정거장에서 만난 황보 대변인도 나를 보자마자 "이런 비는 기분만 찝찝하고 비 같지도 않아요" 하며 하늘을 봤다. 나는 속으로 '비는 비지 왜 비가 아니야'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사람들은 대개 쨍하고 맑은 날을 좋아한다. 장하게 내리는 비에 대해서는 경외감을 갖기 때문에 좋고 싫다는 판단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 뭐든 확실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늘처럼 감질나게 내린 비는 기분만 상하게 하는 기후 현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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