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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다 본문

일상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다

달빛사랑 2022. 5. 29. 00:32

 

오랜만에 제고 산우회 친구들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원래는 함께 산행을 할 예정이었으나 새벽에 잠이 들어 늦게 일어난 탓에 산을 타지는 못했고, 점심 때쯤 회장 이호형이 하행 중에 연락을 해와 식당에서 합류했다. 그간 코로나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해서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선거를 앞두고 안 나가던 모임에 나가면 뭔가 의도가 있어 나온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인데, 내 친구들은 오히려 내가 원하는 말을 해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사실 친구 모임에서는 정치나 선거 이야기를 가급적 하지 않는다. 환갑 다된 친구들이 내 말 몇 마디에 지지 후보를 바꿀 리도 만무하고, 나 역시 글쟁이로서 노골적인 정치색을 드러내기가 저어되는 까닭이다. 다만 되선 안 될 후보에 대한 비판은 더러 한다. 다행히 자주 만나는 친구들과는 정치적 견해 차이가 크지 않아서 그것(정치적 차이)으로 인한 의견 대립은 거의 없다. 대단히 깨인 정치의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이 많아졌거나 아니면 불필요한 쟁론으로 인한 피로감이 싫기 때문일 것이다.

관교동 '황금코다리찜'에서 만난 우리는 두어 시간 수다를 떨다 옆자리로부터 조용히 해달라는 요구를 세 차례나 받기도 했는데, 그 사람들이 예민하기도 했겠지만, 우리 목소리가 크기는 컸다. 60된 사내들이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시종일관 웃고 떠들고 술 마시고...... 나 같아도 옆자리에 우리 같은 손님이 있었다면 주인을 불러 조치를 취해달라 요구했을 것이다. 

친구 이찬만은 나만 보면 담배를 사주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담배 뭐 피지?" 하고 물은 후,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와 말없이 건네는 친구의 마음이라니, "나 담배 있어"라고 말해도 "그냥 사주고 싶었어" 하는 그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부평의 S는 사업이 어렵다고 하더니 신용불량자가 되었다고 한다. 나도 보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봐서 그 안타까움과 절망감을 잘 알고 있다. 부디 힘내서 지금의 시련을 꼭 이겨냈으면 좋겠다.

호형이 역시 자동차 정비공장을 올 가을에 정리하려고 한다는데, 뭔가 생각한 게 있으니 그런 결정을 했을 것이다. 노일이는 한국의 100대 명산을 하나하나 정복 중인데, 앞으로 20여 개 산이 남았다고 한다. 대단한 친구다. 하긴 산우회 단톡방을 정복한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들로 도배하는 것으로 보아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아들 장가 보내고 내외가 함께 산행을 하는 모습은 어쩌면 평범한 가장들의 로망일 것이다. 다만 노일이는 다소 산에 중독된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형래는 여전히 애인이 많다. 대머리 아저씨가 뭔 연애를 그리 잘하는지 방법 좀 알려달고 해야겠다. 보고싶었던 희열이는 아내의 생일이라 오지 못했다. 한동안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최고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2시 30분쯤 식당을 나와 일부는 귀가하고 일부는 호형이네 근처 소고깃집으로 2차를 갔다. 호형이의 단골식당인 이곳은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인 집이었다. 6만 5천원짜리 메뉴 '소 한마리'를 주문했는데, 셋이서 먹기에 충분한 양의 고기가 나왔다. 무한 리필되는 된장찌개도 기가막혔다. 코다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앞선 술자리에서는 먹은 게 별로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고기 대부분을 내가 먹었다.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니  앞으로 소고기 먹을 일이 있으면 이집으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컷 먹었는데도 고기가 남았다. 언빌리버블! 호형이는 남은 고기를 진공포장해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소주 서너 병을 셋이서 나눠 마시고 6시쯤 헤어졌다. 집까지 걸어갈까 하다가 마침 8번 버스가 정거장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왔다. 집에 와서 텔레비전 보다가 냉면을 끓여 먹었다. 도무지 내 위장은 얼마나 크기에 종일 먹을 게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즐겁고 반갑고 맛있는 하루였다. 가끔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먹고 마시고 떠들다 잠드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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