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수봉공원에서 막걸리 마시다_밤부터 비 본문
오전에는 인천광역시교육청 학생안전체험관에 들러 도성훈 예비후보의 출마 선언식을 구경했다.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얼마 전 퇴임한 국장들 몇 명도 눈에 띄었다. 행사가 끝난 후 혁재를 만나러 시청 앞 ‘우성냉면’으로 이동했다. 혁재는 어제 전화해서는 “형, 냉면 드실래요? 형네 사무실 근처 ‘우성냉면’에서 냉면 먹어요” 했고, 말 나온 김에 오늘로 약속을 잡았다. 하여 어차피 나는 시청 앞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지난밤 숙취로 고생하던 후배들이 냉면집에 간다는 나의 말에 “형, 그럼 같이 가서 먹어요.” 하고 따라오게 된 것이다. 혁재는 이미 도착해 편의점 앞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자리를 잡기 위해 일찍 왔다가 손님이 너무 많아 편의점에 들렀을 것이다.
육수 색깔이 특이했지만, 냉면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평소 이 냉면집을 오갈 때마다 손님이 길게 줄 서 있는 걸 자주 보았다. 비서실 주무관 하나도 이집 냉면 맛을 자주 칭찬했다. 혁재는 면을 거의 먹지 않고 내 그릇에 덜어주었다. 그러면서 “맛이 어때요? 먹을 만해요?” 하고 묻곤 했는데, 그럴 때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의 선한 눈망울이 보기 좋았다. 눈 아래 살집은 다소 커졌다. 혁재도 이제 나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흰 머리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많아졌다.
식당을 나와 민예총 후배들과 헤어진 후, 혁재와 둘이서 봄볕을 쬐며 조금 걸었다. 공원을 지나고 정거장을 지나다 얼마 전 후배 은준이 얘기했던 수봉산 입구의 막걸릿집이 생각나 그곳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혁재도 이미 알고 있었다. 45번 버스 타고 가다가 독쟁이 정거장에서 내린 후 수봉산 방향으로 10여 분쯤 올라가니 목적지인 막걸리집 '청솔'이 나왔다. 혁재와 나는 술집 앞 평상에 앉아 속리산 막걸리를 주전자로 받아 마셨다. 상큼했다. 혁재는 "좀 다네요" 했지만 나는 입에 맞았다. 바람도 좋고 풍광도 좋아 기분이 좋아졌다. 도토리묵도 맛있었다. 막걸리와 안주를 내오던 주인 할머니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 말부터 던졌다. “우리 식당은 카드는 안 돼고 현금만 돼요.” 워낙 비장한 표정으로 말씀하셔서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다행히 막거리 값 계산할 정도의 현금은 있었다. 잠시 후 은준이까지 합류해 오랜만에 셋이서 야외 평상에 앉아 술을 마셨다. 낮술! 비번인 공무원 한 명과 자유로운 영혼 두 명, 세인의 눈으로 볼 때는 ‘팔자 좋은 인간들’ 세 명이 수봉산 입구에서 명정 상태로 진입하고 있었다.
수봉산을 내려와 은준이가 소개한 가성비 좋은 횟집에서 2차를 했다. 신포동 자운 선생이 잠깐 합류했다. 횟집을 나와서 혁재와 자운 선생은 동화마을로 향했고 은준은 다른 후배 조 아무개를 불러 3차를 하겠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 깜빡 잠이 들어 송내까지 갔다가 다시 하행 전철로 갈아타고 주안까지 와서 2호선으로 갈아탔다. 집에 돌아오니 9시, 몸은 피곤했지만 뭔가 마음이 괜히 부풀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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