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4월의 마지막 날 본문
잔인한 달 4월은 10여 건의 부고와 서너 차례의 심의와 여덟 차례의 술자리로 끝이 났다. 오늘도 두 건의 부고를 받았다. 물론 조의금만 송금하고 가진 않았다. 선배 부친 빈소는 지방이라서 가기 곤란했다손 치더라도 친구의 모친 빈소는 갔어야 했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살 기운이 느껴졌고,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었다. 또한 그 빈소에서 만나게 될 껄끄러운 인물들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장문의 문자를 보내 변명을 늘어놓고 가지 않았다. 그 친구도 우리 엄마 빈소에 오지 못했으니 내가 가지 않는다고 해도 나무라지는 못할 것이다. 용렬한 심리라는 걸 알지만 몸이 천근만근이니 어쩔 수 없다. 변종 오미크론에 감염된 건 아닌지 조바심이 들 정도로 몸이 안 좋았으니까. 다만 돌아가신 친구 모친에 대한 기억이 마음을 다소 불편하게 했다. 유달리 아들의 친구들에게 자상하셨던 모친이셨다. 먹성 좋던 대학생 시절, 친구의 집을 방문하면 언제나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푸진 밥상을 차려주셨던 고마운 분이다. 말수는 적고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셨던 친구의 모친은 승승장구하던 아들의 사업이 기울기 시작하자 병치레를 자주 했고 최근까지 치매로 고생하셨다고 한다. 부고를 받자마자 친구 모친의 얼굴이 떠올라 잠시 멍해졌다. 울 엄마보다 연세도 한참 밑이신데 돌아가셨다고 하니 더욱 안쓰럽다. 이제 고통도 슬픔도 없는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몸살 약을 먹고 종일 잠을 잤다. 그렇게 두어 번 자고 깨고 했더니 밤부터는 다행히 컨디션이 돌아왔다. 코로나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던 4월이 간다. 5월은 4월보다 여러모로 많이 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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