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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나는 그의 외로움을 위로해주기로 했다 본문

일상

나는 그의 외로움을 위로해주기로 했다

달빛사랑 2021. 3. 18. 00:02

 

 

아주 고무적이고 유쾌한 일이다. 그가 변했다. 그가 자신의 변한 모습을 얼마나 지속할 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이만큼의 변화조차 긍정적인 것은 틀림없다. 술 마시는 태도가 달라졌고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으며 목소리가 이전보다 차분해졌다. 여전히 과장되게 웃고 순간적으로 소리도 높이지만 이전보다 그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그가 달라지자 그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관계란 언제나 상대적이므로 그의 변화가 주변의 변화를 수반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부터 나는 그에게서 외로움을 읽었다. 외로움이 그의 감정을 자주 망가뜨렸을 것이다. 자신의 외로움을 알아달라는 인정욕구는 종종 과잉 행동으로 나타났고 그것이 사람들을 불쾌하고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가 자신의 외로움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실존적인 외로움이 있는 법이다. 또한 각각의 외로움은 그 원인과 성격이 다를 수 있다. 다만 그는 구체적으로 외로웠다. 그의 외로움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설명할 수 있는 외로움은 위로할 수 있는 외로움이다. 그가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의 외로움을 보지 못했으므로 그의 외로움을 위로할 수 없었다. 단지 그가 불편했을 것이다. 자신을 불편해한다는 걸 느낌으로 알게 된 그 역시 사람들을 적대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악순환. 그런데 그가 변했다. 어느 순간 누군가로부터 외로움을 위로받은 사람처럼 부드러워진 것이다. 위로를 갈망해 온 그의 내면이, 날카로움보다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질 때 더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작전'을 바꾼 건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의도적인 작전이라면, 그의 의도는 성공했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도 있었겠지만,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일 때 상대로부터 가장 깊고 순정한 마음의 위로가 건네지는지 알게 되었다는 건 무조건 그를 위해 좋은 일이다. 그가 완전하게 편해진 건 물론 아니다. 여전히 조금은 불편한 게 사실이다. 사람에 대한 감정에도 관성은 있다. 나는 지금의 불편함을 감정의 관성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감정상의 불편함은 있었을지언정 사실 그로부터 물리적인 불편함과 경제적 손해를 입은 적은 없다. 그래서 앞으로 그의 외로움을 더 많이 다독여줄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더 많이 변화할 것이고 그 변화로 인해 나는 또 더 많이 웃게 되겠지. 그러면 된 거다. 나의 외로움도 그의 외로움도 나와 그만의 탓이 아니지 않은가? 위로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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