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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모든 우연한 만남을 위해 건배! 본문

일상

모든 우연한 만남을 위해 건배!

달빛사랑 2021. 1. 27. 00:05

 

영화 <접속>의 주인공들처럼 남녀가 우연히, 극적으로 만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뭐 가끔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극적으로 만난 연인들이 출현해 자신들의 연애담을 풀어놓는 걸 본 적은 있다. 그들이 방송 이후 지금까지 행복하게 사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극적인 만남이 반드시 낭만적인 삶을 보장해주는 건 아닐 테니까. 하지만 남녀 관계가 아닌 경우, 이를테면 오래전 초등학교 시절의 은사님을 거리에서 만난다거나 친하게 지내던 유소년 시절의 친구 혹은 연락이 끊겼던 사회 친구를 술집에서 혹은 모종의 단체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일은 종종 있다. 로맨틱하진 않아도 드라마틱한 만남이다. 잊고 있던 한때의 기억(해당 인물과의 친소에 따라 추억이 될 수도 있는)이 일시에 소환되고 그 인물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흐뭇해지는 시간이다.

 

물론 길을 가다 마주치면 불편한 친구도 있다. 저만치에서 걸어오는 그의 모습을 먼저 보고 내 쪽에서 슬며시 모른 체하고 지나치게 되는, 만약 피할 타이밍을 놓쳐 눈이 마주치게 되면 멋쩍은 표정으로 의례적인 안부를 묻고 이내 돌아서게 되는 친구 말이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조차 우리는 “언제 한 번 만나서 술 한잔하자”와 같은, 절대 이루어질 리 만무한 말을 던지고는 헤어진다.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해서일 테지만, 돌아서 오다 보면 속으로 문득 ‘그런데 말이지. 그 옛날 우리는 왜 사이가 좋지 않았을까. 저놈이 밥맛없는 놈이었던 건 혹시 나의 오해와 편견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긴 나도 재수 없다며 저놈의 뒷담화를 했으니 잘한 건 아니지 뭐.’ 하는 생각을 잠깐이나마 하게 된다. 묵은 감정은 그렇게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 약간은 희석된다. 다음에 그 ‘우연’이 한 번 더 반복되면 우리는 분명 좀 더 환하게 웃으며 악수할 게 분명하다.

 

오늘 갈매기에서 우연히 30년 전 후배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를 기억하는데 나는 그들이 생각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내가 조직 생활할 때 인하대 학생 사업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났던 후배들이었다. 이제는 연구소의 연구원, 대학의 교수, 카페 사장으로 살고 있었다. 청년 시절 눈빛은 형형하고 이마는 단단했던 후배들인데 이제는 머리들이 하나같이 희끗희끗했다. 모처럼 우리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추억에 젖은 채 나눌 수 있었다. 대청도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김 모 선배가 얼마 전 인천 나왔을 때 선결제 해놓은 술값이 있어서 내가 계산하려 했는데, 아쉽게도(?) 술값은 인천대 중문학과 교수인 조 모 후배가 계산했다. 거리두기 때문에 9시면 술집이 문을 닫아 1시간 정도밖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이런 종류의 만남은 무척 신선하다. 모두 힘겨운 시절을 통과해 온 친구들이고 그 과정에서의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의 자리에 있게 되었을 텐데, 모쪼록 청년 시절의 뜨거운 열정과 붉은 신념을 기억하면서 이 사회에 바르게 쓰이는 인재들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밤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내일 다시 강추위가 닥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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