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잔잔한 토요일의 시간 본문
어젯밤부터 한파 경고 문자가 연이어 도착했다. 요 몇 년, 겨울은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다는 사람들의 코웃음이 겨울로서는 내심 서운했던 모양이다. 올 겨울은 확실히 겨울답게 춥다. 눈도 예년보다 많이 내린다. 이런 표정의 겨울은 종종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유년은 날이 무척 추웠는데도 왜 그렇게 분주했을까. 하긴 추위보다 아이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무료함이었다. 창문에는 성에가 끼고 부엌의 설거지물조차 꽝꽝 얼어붙었을 때도 엉덩이가 익을 정도로 뜨거운 아랫목에 앉아 세계 명작이나 동화책을 읽던 유년의 겨울은 즐거웠다. 김칫독에서 막 꺼내온 김치에는 살얼음이 섞여 있었다. 뜨거운 밥에 시원한 김치나 동치미, 가끔 별식으로 주는 두부나 계란이 있다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밥상을 받으며 통과하던 겨울, 그러다 눈이라도 내리면 모자와 장갑을 챙기고 나가 친구들을 불러 눈사람을 만들던 겨울, 그립다. 확실히 모든 면에서 난방이 훨씬 잘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사람들이 원시적 방법으로 추위에 맞서는 당시의 사람들보다 겨울을 훨씬 더 힘겨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 감염자 수는 며칠째 500명 선을 오르내리며 펜데믹의 상황을 벗어난 듯 싶다. 그래도 현재의 거리두기 2.5단계는 당분간 지속될 모양이다. 자영자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난리들이지만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풀고 조이기를 반복하는 상황 추수적인 대책보다는 힘들더라도 코로나가 어느 정도 구축될 때까지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했으면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우산장수와 부채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이겠지. 둘 다 불쌍하다.
누나가 닭을 사와 백숙을 끓여줬다. 엄마 생각이 잠깐 났다. 저녁 먹고는 청탁받은 시를 정리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상상력도 나이를 먹는다. 술이 당겨서 혁재가 남기고 간 막걸리 반 병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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