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고맙다는 말을 하거나 듣게 되는 일 본문
“이쯤에서 내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집을 얻어 둘이 살면 어떨까. 뭐 남해도 좋고, 우리가 처음 사랑을 나눴던 제주도 좋겠지. 가끔 내가 잡아 온 생선도 조리해 먹고, 뭐 고기도 구워 먹으면서 말이야. 앞마당에는 상추나 마늘 같은 것을 심고, 하얀 강아지도 키우면서. 처마에서 비 떨어지는 날은 마루에 앉아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그러다 또 천둥 번개가 치듯 아이가 생기면 낳아서 곱게 기를 수도 있겠지.”―윤대녕 소설집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중 「경옥의 노래」, 문학과 지성사(2019), 103쪽
그런데 말이지. 삶이란 꼭 그렇게 생각대로만 되는 게 아니더라고. 판타지에 가까운 위 문장들보다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도 그렇기 때문일 거야. 고마웠다는 말을 (내쪽에서) 할 수 있거나 (상대로부터) 듣게 되는 일, 참 아름다운 일.....
“당신과 함께했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바닷가의 방들. 그 방에 어둠이 차오르고 이윽고 새벽이 올 때, 나는 그 놀라운 고요함 속에서 혼자 깨어나 당신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았지요. 그렇듯 늘 제 옆을 지켜주셔서 고마웠습니다.”―같은 책,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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