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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첫눈 본문

일상

첫눈

달빛사랑 2020. 12. 13. 02:21

 

내게는 오늘이 첫눈. 이런 날은, 연탄난로든 석유난로든 난로 위에서는 노란 주전자가 김을 내뿜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유리창에는 김이 서려 익숙한 풍경이 하나둘 지워지는 그런, 손님 드문 술집의 창가에 앉아 청승을 부려도 용서가 되는 날인데…….

 

■■

(……)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와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 곽재구, ''사평역에서'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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