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열사굿ㅣ2020노동문화제 본문
풍물패 더늠의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모 ‘열사 해원굿’을 관람했다. 사망 50주기라는 세월도 만만찮은 일이고 전태일이란 존재 자체가 갖는 한국 노동운동 및 민주화 운동사에서 위상을 생각할 때 그 어느 곳보다 노동운동이 치열했던 인천의 풍물패가 그를 기리는 행사를 조직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또 당연한 일일 것이다. 더구나 최근 택배 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잇따른 죽음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기에 전태일 정신의 계승과 허무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들의 원을 풀어주는 일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다만 한편의 공연예술로서의 관점에서 ‘열사 해원굿’을 봤을 때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굿 자체가 소리와 풍물, 연극과 노래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망라한 종합예술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그 모든 장르가 고유의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자기 완결성을 갖는 한 편의 작품 속에서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법인데, 이번 해원굿에서는 그런 점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생각이다. 그저 각 장르의 공연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뿐 내용이 기승전결의 짜임을 확보하진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당극처럼 관객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이런 형식의 굿에서 관객들은 어디서 웃고 울어야 할지 도무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서 굿의 상황에 몰입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내용과 형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그 때문이다.
마당극처럼 비애와 골계의 순차적 배치를 통해 긴장과 이완을 반복시켜 최종적으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려면 더 섬세하게 전체 줄거리를 고민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지 못하다 보니 촘촘하지 못한 줄거리로 인한 공연의 빈 구멍들이 자꾸 눈에 띄게 되고 뭔가 관객들에게 주제를 명확하게 제시해 줘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되어 공연이 단절되는 느낌이 더욱 강화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공연의 의미와 성과와는 무관하게 이 부분은 향후 더늠에서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열사 해원굿’에 이어 ‘2020 인천노동문화제―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이 같은 장소에서 열렸으나 굿과 문화제의 시간 공백이 너무 길고, 출연진을 봤을 때 행사 때면 늘 만나는 가수와 공연팀들이어서 조직원으로서의 의무감과 선배의 의리로 두어 시간을 기다리기에는 맘이 동하질 않았다. 게다가 송도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맥주를 한잔하고 싶었다. 저녁 식사 겸해서 지인과 수제 맥주를 두어 잔 마시고 갈매기로 넘어왔다. 바로 앞집인 곱창집과 인천집은 문전성시였으나 갈매기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혼자 앉자 막걸리를 마시고 있을 때 이우재 선배가 들어왔고 잠시 후 홍동윤과 유봉희가 들어왔다. 그리고 30여 분 지나자 성효숙 선배와 후배 승미가 들어왔다. 약속하지 않아도 이렇게들 만나게 되는 게 단골집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효숙 누나와 승미를 제외하고는 다들 전작이 있어 보였다. 유봉희는 앉아서 졸다가 얼마 전 내게 실수한 것을 사과한 한 후 조용히 먼저 술집을 나갔다. 보기 드문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우재 형은 취해서 결국 동윤이가 집까지 모셔다드리고 다시 돌아와야 했다. 늘 보는 익숙한 일이었다. 동윤이와 갈매기를 나와 근처 맥줏집에서 한 잔 더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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