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새벽에 헤어지다 본문
쉬다가 연락받고 ‘불려’ 나갔다. 11시가 넘은 시각, 서울에서부터 취기를 달고 내려온 후배가 집 앞에서 기다렸다. 후배는 “오늘은 형이 그냥 보고 싶었어.”라고 했고, “그냥, 비즈니스 용어 말고 형하고 시라든가 문학이라든가 사랑 얘기를 하고 싶어요.”라고도 했다. 그 말은 후배의 진의와는 무관하게 나를 격동시키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만나자마자 “형, 한 번 안아보자.”하며 후배는 나를 덥석 안았다. 환하게 웃었지만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쓸쓸함을 과장하는 친구가 아니었으므로 반가우면서도 짠했다. 후배는 중국과 연계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몇 년 전에는 사드 문제로, 이번에는 바이러스 문제로 무척 어려움을 겪는 모양이다. 물론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어디 후배뿐이겠는가. 하지만 인간의 시간이 멈춰진 듯한 작금의 상황에선 눈앞에 있는 대상에게 무조건 위로부터 전해야 할 때다. 상훈아, 힘내라.
오랜만에 참치를 먹었다.
술집들은 대체로 썰렁했다.
한 잔 더 하자는 후배를 다독여 택시 태워 보냈다.
집앞이었지만, 새벽의 귀갓길은 왠지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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