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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연극 '사과는 잘해요'(김병균 각색/연출) 본문

리뷰

연극 '사과는 잘해요'(김병균 각색/연출)

달빛사랑 2019. 10. 18. 23:30






까칠하고 뒤끝 있는 연출가 후배로부터 공연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작품은 이기호 작가의 소설 <사과는 잘해요>를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 이기호 작가는 위 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여기저기 초청되어 강연회도 허다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그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것을 후배가 어떻게 각색했을까 궁금했는데, 비교적 무난하게 해낸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뒷부분, 특히 결말의 임팩트가 다소 약해서 앞에서부터 끌어온 긴장이 맥없이 풀리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건 원작인 소설도 마찬가지였으므로 후배만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최근 인천 연극의 흐름 속에서는 쉽게 만나 보기 어려웠던 사실주의 연극을 만나게 된 것이 (관극 과정은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반가웠다. 인권이 땅에 뱉은 껌처럼 취급되던 80년대의 그악스런 상황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형제복지원일 것이라 추정되는 공간적 배경을 설정한 것 자체가, 아니 이기호 작가의 소설을 텍스트로 선택한 것 자체가 후배의 지향과 고집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연극공연에 특화된 전용극장이 아니라 스페이스 빔이라는, 버려진 공간을 재생하여 사용하는, 다소 을씨년스러운 공간을 무대로 사용함으로써 극적인 처염함을 극대화하였다. 이것이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극장을 빌릴 여유가 없어서 선택한) 고육지책의 결과인지 알 수 없지만, 감독과 배우들 입장에서는 무척 손이 많이 가는 공연을 사서 한 것만은 틀림없다. 감독은 조명, 음향까지 손수 담당해야 했고, 배우들은 1층에서 2층으로, 좌측에서 우측으로 1인 다역을 하며 어둠 속을 분주하게 돌아다녀야 했으며 마루가 아닌 시멘트바닥에서 좌로 굴러, 우로 굴러, 물레방아등 고문당하는 장면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으니, 관객 입장에서는 (극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그 애잔함 때문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앞으로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며 안경을 고쳐 쓰는 후배의 얼굴에서 무모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믿음직스러운 고집을 보았다. 마음으로 응원해 주고 공연이 있을 때마다 와서 관람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겠지만……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이다. 배다리에는 왜 이렇게 벌레들이 많은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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