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품앗이도 몸이 열 개라야 말이지 본문
후배가 연출한 연극 공연과 작가회의 행사 일정이 겹쳤다. 물론 연극은 사흘 동안 공연되지만 내일과 모레는 지방엘 가야 한다. 오후에 시립극단 강성숙이 함께 가자고 연락을 해왔지만 작가회의 일정 때문에 갈 수 없다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좁은 인천에서는 지인들의 전시회나 공연에 참석하는 것도 일종의 품앗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끔은 이렇듯 일정이 겹치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스레 마음이 불편해진다. 물론 최소한의 원칙이 없는 건 아니다. 다양한 행사들이 겹칠 때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내가 관련됐거나 홍보를 담당했던 행사에 참석해 준 사람들의 ‘초대’에는 약간의 의무감을 가지고 가급적 참석한다. 이런 식의 원칙이 다소 유치하고 계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예외는 물론 있다. 내가 생각할 때 참석하는 것이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될 때는 앞서 말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더라고 가는 편이다. 가서 실망하고 돌아올 때도 종종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복불복일 뿐이다. 또는 행사 주체와는 무관하게 그 자리에 참석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가기도 한다. 아무튼 오늘 공연한 후배는 내 행사에 참석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나의 부탁을 받고 행사의 한 꼭지를 담당해주기도 한, 달리 말하면 나에게 정서적 마일리지를 만만찮게 쌓아온 친구다. 일정이 겹쳐 못 간다고 문자를 보내긴 했지만 영 마음이 불편한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삶을 폼나게 살아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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