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는 법이 필요해 본문
혼자 있는 시간을 못 견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술판의 요란함을 갈망하는 것인지 저녁이면 자꾸 외출하고 싶어진다. 나가봐야 결국 닿는 곳은 매번 단골주점 갈매기지만 거기에는 사람들이 있고 지인들이 있으며 잠시 동안이지만 현실의 궁핍을 상쇄시켜주는 술이 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는 외로움도 공허함도 잠시 유예시킬 수 있다. 물론 하루 종일 외출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은 아니다. 외출 욕망은 개와 늑대의 시간에만 불처럼 일어나곤 한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도 아닌데 왜 어둠이 찾아드는 시각이면 밤거리를 동경하게 되는 것인지, 야행의 습성은 꼭 지병 같다. 그렇다. 나는 적막함을 두려워하는 것이 분명하다. 소리가 사상된 적요함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해 온 지 이미 오래되었다. 텔레비전을 틀어놓거나 음악을 켜놓아야 잠을 잘 수 있다. 외로운 것인가? 아니면 단지 오래된 관성일 뿐인가? 매번 유혹 앞에서 패배하는 존재의 비애여! 오늘도 나는 외출을 꿈꿨다. 그때 갈매기는 문을 열지 않았고 술판의 동료들은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먼 곳에서 분주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쓸쓸했지만 다행이었다. 이런 날도 종종 있다. 그러니 지병을 고칠 가능성이 전혀 무망한 것 또한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는 명절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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