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통일은 더 이상 꿈만이 아닙니다 본문

현실

통일은 더 이상 꿈만이 아닙니다

달빛사랑 2018. 5. 27. 16:07


526, 오후 세 시. 남한의 대통령이 다시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전격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1차 정상회담 이후 꼭 한 달만의 일입니다. 미국이 북미회담을 돌연 거부함으로써 모처럼 불붙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희망의 불꽃이 사위는 것이 아닌지 모두가 아쉬움과 불안함에 맘이 편치 않을 때 이루어진 뜻밖에 회담이었습니다. 주말 다소 이완된 기분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던, 혹은 야회에서, 술집에서, 야구장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주말의 시간을 요리하던 많은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이 뜻밖의 만남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지난 427일 북한의 최고 존엄이 성큼성큼 판문각 계단을 내려와 분사분계선을 넘은 후, 남한의 대통령과 포옹을 하고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감격을 동반한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평소 통일에 대해 막연한 당위만을 인정하고 있었을 뿐 그다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하지 않은 나였지만 두 정상의 만남은 말할 수 없이 나의 가슴을 격동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저토록 쉽게 넘나들 수 있는 한 줄 경계선을 넘는데 왜 그리도 심한 적대와 의심, 두려움과 망설임의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한편으로 서글픈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회담과정에서 두 정상이 보여준 관습적 의전의 틀을 깬 파격적 행보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러한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전사(前事)들을 거론하며 북측의 오버액션에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다며 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폄훼하려는 시대착오적인 정치세력들과 수구언론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그들의 현실에 대한 몽매함과 역사의식의 부재는 오히려 많은 국민들의 조롱과 비판을 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민족의 통일은 당리당략이나 특정 정체 세력의 기득권보다 우선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분단과 남북긴장을 매개로 반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들이 아니라면 그날의 감동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을 거라 확신합니다.

 

물론 이후의 행보가 판문점에서의 감격적 포옹만큼이나 감동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남북의 문제는 남북이 주체가 되어 풀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현실의 힘의 관계와 정치적 지형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경찰을 자임하고 있는 미국과 현재 새로운 중화의 기치를 내걸며 약진하는 중국, 한 때의 영화를 회복하려는 러시아 등 구시대 냉전의 주체들은 여전히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테이블, 그 상석에 앉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표면적으로 핵의 위험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사실 남북의 긴장이 계속돼야만 그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각각의 전략적 포인트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흥분하며 나서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더욱 슬픈 것은 민족의 자존을 팽개친 채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미국에 의존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세력들이 아직도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민주화 되고, 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주체적으로 해결할 경우 잃을 게 많은 모양입니다.

 

이번 남북 최고 지도자 간의 발 빠른 행보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특정한 정치세력들은 시샘과 억측과 견강부회를 통해 회담의 의미를 폄훼하며 자신들의 반통일적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도도한 역사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찻잔 안의 태풍에 요란법석을 떠는 것이거나 수레 앞에서 앞발을 휘두르는 사마귀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적어도 이번에 보여준 남북 두 정상이 나눈 뜨거운 포옹과 끈끈한 악수는 분단 당사자인 남과 북이 얼마나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그 전제로서의 비핵화를 소망하는지를 전 세계적으로 웅변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어떠한 경우든 국가와 국가의 만남에서는 나름의 정치적 실리를 저울질하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남과 북은 물론이요 주변 강대국들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손해 볼 게 뻔하지만 대의를 위해서 모든 것을 양보하면서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국가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미국이 세계평화와 한민족의 평화만을 위해 대승적으로 저리 오버하고 간섭하고 겁박을 일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너무도 순진한 생각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남과 북의 만남은 분명 각각의 요구가 부합했기 때문이겠지요. 공멸보다는 공생의 길을 도모하는 것이 훨씬 각국의 이익을 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남북 정치지도자가 갖도록 추동한 것은 바로 남북 민중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과 그간의 투쟁, 그리고 도도한 역사의 요구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남북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한반도 평화정착, 더 나아가 종전선언의 역사적 순간을 앞당기기 위해 좌고우면 하지 말고 당당하게, 뚜벅뚜벅 걸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통일은 더 이상 노랫말 속 가사나 꿈속의 염원으로만 끝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통일의 그날을 앞당기는 주체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바로 남과 북 민중들 자신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날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