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기저귀는 절대 안 돼!" 본문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누나는 마트에 들러 기저귀와 양치도구들을 사오셨다. 한 달 만이라도 기저귀를 차고 지내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처지가 불가항력적인 어머니는 누나의 말을 쓸쓸하게 듣고 있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어머니의 성정을 알기 때문에 누나의 제안은 결코 접수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기저귀를 차고 자리보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견디기 힘든 고통을 감내하는 편을 택할 게 분명하다. 어머니에게는 기저귀를 차는 일이 육체적 고통만큼이나 참기 힘든 모멸이었을 것이다. 의식이 명증한 인간으로서 최후의 자존을 지켜내기 위한 어머니의 사투는 이렇듯 매 시간 눈물겹다. 물론 어머니의 육체적 고통을 지켜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은 당신의 자존심을 지켜드리고 싶었다. 정신마저 무너지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 될 것은 불문가지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힘내요, 태인 씨! 그래서 반드시 이겨내세요. 나는 늘 당신 곁에 이렇게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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