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때때로 그녀가 생각난다 본문
비록 아내와는 단란한 가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가끔 전혀 뜻밖의 상황에서 그녀의 존재가 환기되곤 한다. 이를테면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 계산대에 섰을 때 전화번호를 대자 아내의 이름과 적립 포인트가 화면에 뜬다든지 책장을 정리하다가 문득 그녀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녀의 생일 즈음이 되거나 장인 장모의 생신날이 될 때도 문득 그녀가 생각난다. 법적으로 헤어졌지만 엄연히 내 아이의 엄마고 20년이 넘도록 나와 한 이불 속에서 생활했으니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결혼기념일, 만약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결혼 27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녀와 비록 헤어졌지만 나나 그녀나 각자가 있는 곳에서 몸과 마음 다칠 일 없이 무탈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소소한 행복을 꾸려갔으면 좋겠다. 응원할 일은 응원해 주고, 위로할 일은 위로하면서 그렇게 서로의 행복을 빌며 그악스럽지 않게 늙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의 모든 것들과 화해하고 타협하고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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