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피고인 박근혜 검찰에 소환되다 본문
권력의 정점에 있다가 하루아침에 피고인의 신분이 되어 검찰에 출두해야 하는 박근혜 씨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자신의 영락(零落)에 대해 비감해 하면서 권력무상을 느끼며 피눈물을 삼키고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언젠가 상황이 바뀌면(사실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반드시 처절한 복수를 하리라 칼을 갈고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공주로 살던 박근혜 씨에게는 현재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이 무척 낯설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겠지요.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해 본 적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상황에서 오랜 동안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그녀는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연설문 하나 스스로 작성하지 못해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에게 부탁을 했다고 하니 그녀의 지도자로서의 자질 부족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뿐만 아니지요.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중요 정책이나 당대의 이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수첩에 적은 메모를 보지 않고는 국민들 앞에서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혀 개진할 수도 없었다고 하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오죽하면 그녀의 워딩(wording)은 번역기에 넣고 돌려야만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는 조롱 섞인 말까지 돌고 있는 형국입니다.
사실 모든 대통령이 국민의 지적 능력의 평균치보다 높은 지식을 가져야만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지적인 능력이 지도자의 선정 기준이 된다면 교수나 학자들이 대통령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겠지요.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도덕성과 성실성일 겁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박근혜 씨는 지적 능력은 물론 도덕성까지 결핍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백 번 양보해서 그녀와 그녀의 변호인들의 주장대로 그녀가 재임 시절 저지른 잘못은 형식이나 절차상의 문제였을 뿐이지 결코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칩시다. 하지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재판을 통해 안나 아렌트 교수가 지적했듯이 ‘악의 평범성’ 다시 말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 판단력의 결핍이라는 것은 그 어떤 물리적 악보다도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어린아이의 손에 총이나 칼을 들려준 것 같은 가공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그녀는 엄청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국가수반의 자리에 있던 사람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그 어떤 변명을 늘어놓는다 해도 그녀의 국정농단과 부정부패는 합리화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검찰은 이제까지 강자에게는 알아서 기고 약자들에게는 무척이나 냉혹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기는 그들을 일컬어 ‘권력의 개’라고 조롱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오늘 검찰에서는 박근혜 피고인을 불러 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의지에 대해 벌써부터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그간 검찰이 보여 온 모습 때문이겠지요. 따라서 이번 박근혜 씨에 대한 대면조사와 이후의 구속 여부는 이제껏 보여 왔던 권력의 개로서의 검찰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고착화 할 것인가 아니면 도덕적이고도 합리적인 공권력으로 거듭날 것인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만약 다시 한 번 권력의 개가 되어 봐주기 수사를 한다거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결론을 내놓고 쇼를 하듯 이 사건을 처리할 경우 그들은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안타깝게도 벌써 (피고인에 대한) 과잉예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냉정한 수사는 난망한 듯하다. 그래도, 범죄자 박근혜 씨가 검찰에 불려나가는 장면은 한국현대사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통쾌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번만큼은 모든 적폐를 청산하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텐데…… 생각처럼 그게 쉽지 않아 보여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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