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봄, 이 두려운... 인천지역 세월호 추모문화제 본문
봄, 이 두려운
주인 잃은 책상, 입 벌린 채 잠이 든 책가방, 고집 센 필통과 필기도구들, 방전된 배터리, 찾지 않는 실내화, 펼쳐지길 기다리는 참고서, 빈방의 불편한 적요, 저 홀로 점멸하는 현관의 센서 등(燈). 불리지 않는 교가, 읽히지 않는 급훈, 기도 중인 교탁, 침묵하는 칠판, 완강하게 닫힌 사물함, 휘발을 멈춘 실험실의 알코올, 빈 교실 속의 공명, 심심한 운동장의 돌멩이, 먼지 앉은 철봉, 가발 쓴 교목, 배고픈 꽃병, 언제나처럼 휘날리는 국기, 저 홀로 유쾌한 TV, 맘껏 우는 알람시계, 버려진 신문, 세탁된 청바지, 함구하고 있는 서랍들…….
허공을 떠도는 울음,
바닥을 흐르는 비탄,
영점 조정을 마친 분노,
자꾸 익숙해져 점점 두려운 '그곳'의 봄.
이제 세월 호의 슬픔도 무뎌져 가는 것인가? 시민들이 많이 오질 않아서 조금은 아쉬웠다.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때가 되면 으레 치러야 하는 행사의 하나로 생각했던 건 아닌지 반성을 해 본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숨진 기간제 여 교사였던 김초은 선생의 아버지가 사람들에게 던진 말이 참으로 가슴을 아프게 했다. 분명 희생자 중에는 11분의 교사가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시민들도 방송도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아서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교사들도 누군가의 아들이나 딸이 아니냐며 앞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때면 교사들의 희생도 기억해 달라며 울먹이셨다. 세월호와 관련한 행사를 만날 때마다 매번 너무도 곤혹스럽다. 도대체 이놈의 나라, 이 치욕의 땅을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너무도 부끄럽고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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