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겨울의 面 본문
얼굴을 가린 시간들이 게으름을 가장하며 빠르게 흘러갔다.
고통은 폭죽처럼 우리의 몸속에서 수시로 폭발했고,
미래처럼 불투명한 짙은 먼지가 뿌옇게 몸속을 뚫고 나왔다.
지극히 구체적인 고통 앞에서 희망은 낙첨된 복권처럼 부질없었다.
입 밖으로 고통을 말하던 사람들은 일제히
겨울의 밀사에게 입을 틀어막힌 채 소리 없이 유배되고
배소(配所)의 꽃들은 나날이 사람의 얼굴을 닮아갔다.
자력으로 자궁을 빠져나온 수많은 아이들은
일제히 고통을 향해 걸음마를 시작하고,
혀가 잘린 사람들만 묵묵히 지키는 묵언의 거리 위로
발음되지 못한 그들의 노래가 비어처럼 흘렀다.
꿈을 깨자 세상은 달라지지 않은 채로 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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