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열대야 속 불면은 나를 깊게 만든다 본문
가끔 왼쪽 어깨가 시리거나 생생한 꿈의 서슬에 놀라 잠이 깨곤 해요. 그때마다 칫솔질 하다가 잇몸을 건드리듯 갑자기 몰려온 격절감은 명치끝을 뻐근하게 만들곤 하지요. 꿈과 현실은 다르잖아요. 그러나 ‘아직’과 ‘이미’의 경계에서 견딜 수 없는 현기를 느끼면서도 '이 순간' 만큼은 모든 시인의 펜 끝과 시들은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여름과 나는 림보를 통과하듯 아슬아슬 하지만 그래도 잘 어울릴 수도 있을 거 같아.’라고 생각할 때쯤 아침은 벌써 손질되지 않는 머리칼 위에 닿아 있어요. 무엇이 나를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 무엇이 검은 동화 속의 나에게 동아줄을 내려주고 있는 것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지만, 꿈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꿈의 차이를 굳이 변별하기 싫어서 매번 자객의 암기(暗器)에 심장을 맞은 것처럼, 미인계에 걸려 몽혼약을 먹은 것처럼, 새벽의 그 겸손한 적요(寂寥)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어제와 막 열리고 있는 오늘을 생각하는 것이지요. 불면은 때때로 나를 깊게 만들어 줍니다.
'현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의 面 (0) | 2016.02.09 |
---|---|
또 하나의 기억이 나를 떠났다 (0) | 2015.11.02 |
......... (0) | 2008.12.29 |
핵심의 보존과 오류의 폐기를 위하여 (0) | 2008.12.28 |
천 원으로 할 수 있는 일 (music - ELSA, 'T'en va pas' ) (0) | 2008.12.27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