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I'll Be Back!”-2PM의 노래를 듣다 문득... 본문
"I'll Be Back!"
비장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용광로의 불길 속으로 사라져가던,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 T-800. 눈앞의 이별을 슬퍼하지 말라고, 곧 다시 올 거라고, 귀환과 재회를 약속하는 저 말은 비록 로봇의 말이었지만, '인간'을 울렸다. 그러나... 다시 돌아오는 게 매번 좋은 건 아닐 것이다. 제국주의 일본도 패전 후, 한국 땅을 떠날 때, 원통한 눈물을 삼키며, '다시 돌아올 거야'를 읊조렸으니까.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이, 그 노래의 예술적 완성도 때문만이 아니라 일본 우익들의 '조선 재탈환'에 대한 의지와 향수를 불러일으킨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농담삼아 이야기하던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각설하고.... 아침에 출근하는 가장이 '회사 갔다 올게'라고 던지는 말이나, 매일 일정한 시간에 어김없이 방문하는 빨간펜 일일공부 선생님의 인삿말이 아니라면, 혹은 경기나 전투에서 패한 패자가 와신상담, 권토중래 하기 위해 상대에게 던지는 복수에 대한 다짐의 말이 아니라면....,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는 이별은 대부분 자발적 이별은 아닐 것이다. 이별할 수밖에 없는 조건과 상황의 힘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하는 이별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곧 다시 돌아올게'라는 말은 (그 말의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미련과 아쉬움의 다른 표현일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당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자위적 발언이거나, 그도 아니라면, 상황 면피용 멘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오래 된 가요 중에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긴긴 기다림 앞에 놓인 사람들에게 귀환에 대한 약속과 말없는 돌아섬 중 어떤 것이 '속깊은 배려'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아, 복잡하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저 나는 '다시 돌아올게'라는 속이 빤히 보이는, 혹은 실현이 요원해 보이는 '헛된 약속'을 하는 이별의 상황을 만나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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