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다시 만난 불면 ❙ 파마하다 (1-22-수, 맑음) 본문
한동안 나를 찾지 않던 불면이 최근 초대받지 않은 방문을 거듭하고 있다. 불면은 나의 오래된 불청객이다. 몸은 분명 피곤한데 어째서 잠은 안 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오늘도 새벽에 깼다. 다시 잠을 자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가수면 상태로 아침을 맞았다. 희한한 건 그렇게 자고도 하루를 견딜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점심 이후에 졸음이 잠시 몰려들긴 하지만 그건 오늘처럼 잠을 못 잤을 때만 그런 게 아니다. 수면제를 먹어볼까 고민했지만 한 달 전쯤 수면제 두 알을 먹고 환각 상태를 경험한 이후에는 먹는 걸 삼가고 있다. 그날도 새벽에 깨어 오전이 지날 때까지 내내 잠을 못 자다 결국 오후에 수면제 두 알을 먹었는데 이전에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몸 상태를 경험했던 것이다. 뭐랄까, 몽롱하고 메슥거리고 아무튼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쉬는 날이어서 점심 운동한 후에 잠깐 낮잠을 잤다. 혼곤한 잠에 빠져있을 때 혁재와 만석동에 있다는 은준의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을 테지만, 다행이었다. 낮잠을 너무 오래 자면 밤에 불면에 시달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은준에게 고마워할 일이다. 그나저나 혁재와 은준은 그저께도 만나 술 마셨고, 어제도 신포동에서 우연하게(정말 사전에 약속한 적 없다고 한다) 만나 술 마시다가 종국에는 만석동 혁재의 작업실까지 가서 오늘 새벽 5시까지 술 마시고 그곳에서 함께 잤다고 한다. 그리고 오전 내내 잠을 자다 점심때쯤 깨서 다시 혁재와 술 마시고 있으며, 내가 시간이 되면 2차로 목포 손칼국숫집에 가서 모둠회에 소주 한잔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좀 놀랐다. 술에 걸신 든 사람들도 아니고 어떻게 연일 술독에 빠져 지낼 수 있는 건지 경이로울 뿐이다. 하긴 혁재는 1년 365일 술을 안 마시는 날이 없긴 하다. 두 애주가들이 만났으니 오죽했으려고.
나는 일단 오늘 파마를 예약했기 때문에 미장원에 들렀다가 나오면서 다시 통화하자고 했다. 명절 전이라서 그런가 미장원에는 다른 때보다 손님이 두 배는 많았다. 예약하지 않았다면 오늘 안에 (파마) 못했을 것이다. 미장원을 나와 은준에게 전화하니, 목포 손칼국숫집에 가려고 했으나, 혁재는 어머니가 컨디션이 안 좋으셔서 문학동 본가에 들릴 예정이고, 은준은 혁재가 올 때까지 근처 임기성의 치킨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혁재를 기다릴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나온다면 동인천 목포 손칼국숫집에서 보자고 했다. 나는 아직 기침이 완전히 떨어진 것도 아니고 내일 출근도 해야 해서 거절했다. 대기질도 최악이고 기침 감기에 걸렸으며 불면 때문에 몸 상태도 좋지 않은 오늘 같은 날은 아쉽더라도 집에 있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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