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폐암 검사를 위한 CT 촬영, 길병원 (12-13-금, 맑음) 본문
오전에 길병원에 들러 폐암 진단을 위한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하고 왔다. 오래전 크게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찍어 본 후 20년 만의 촬영이다. 건강보험 상 CT는 2~3차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해서 길병원으로 예약했다. 청에서도 가깝고 엄마 생전에 자주 드나들어 무척 익숙한 병원이다. 다만 큰 병원이다 보니 절차가 복잡하고 방문객이 많아 대기 시간이 길었다. 암센터 맞은편에 있는 국민검진센터에 들러 접수하고, 3층 진료실에 올라가 의사와 상담한 후, 다시 1층으로 내려와 향후 일정을 브리핑받은 후, 지하 1층으로 내려가 CT를 촬영하기까지 한 시간쯤 걸렸다. 정작 촬영은 1분이나 채 걸렸을까. 결과는 메일로 받기로 했고, 그것과는 별개로 담당 의사와 오늘 찍은 CT 영상과 관련하여 면담하기 위해 이번달 27일로 따로 예약을 잡았다. 어쨌든 촬영 접수부터 예약까지 4단계를 거쳤다. 절차가 복잡한 건 아마도 공단으로부터 의료비를 다채롭게 청구하기 위한 앙큼한 의도가 아닌가 짐작해 본다. 의사와 따로 잡은 면담은 포괄적 진료로서 다 비용이 청구될 게 분명하다. 물론 환자가 내는 건 아니겠지만. 원래 길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대형 병원)은 과잉 진료가 일상화되어 있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엄마와 내가 병원을 드나들 땐 확실히 그랬다. 나의 생각이 의료 시스템을 잘 모르는 사람의 근거 없는 오해였으면 (나도) 좋겠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국민 건강 복지는 참 좋아졌다. 공짜로 CT 촬영은 물론 상담도 해주고 건강을 관리해 주니 말이다. 물론 내가 낸 세금으로 하는 일들이겠지만, 그래도 납세한 세금의 총액 대비 상당히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건 확실하다. K-의료시스템의 우수성은 외국인들에게까지 입소문이 나 현재 각종 수술과 치료를 위해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 노인요양원이 많아진 것도 눈에 띈다. 물론 국가 지원금은 눈먼 돈이라고 생각해 각종 편법으로 지원금을 편취하는 악덕 요양원과 대표들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집에서 모시기 쉽지 않은 노인(환자들)을 나라에서 맡아 보호해 주려는 건(치료까지는 아니고) 나머지 가족 구성원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공헌한 건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나 역시 언젠간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해야 할 거다. 어질고 착한 4명의 자녀를 두었던 울엄마는 그래도 끝내 요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나와 지내다가 하늘나라 가셨다. 죽음의 방식만 보면 행복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식이 하나밖에 없는 나에게는 그런 죽음의 방식은 요원한 일이다. 수현이가 말년에 나와 함께 살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 우울해지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머잖아 닥칠 현실인 것을.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탄핵 (소추안) 가결 축하 번개 (12-15-일, 맑음) (1) | 2024.12.15 |
---|---|
사필귀정, 탄핵 가결! (12-14-토, 맑음) (3) | 2024.12.14 |
당랑거철, 바보 통(統)을 연민한다 (12-12-목, 맑음) (1) | 2024.12.12 |
짐승의 나라에서 사람으로 살기 (12-11-수, 맑음) (0) | 2024.12.11 |
그 시절, 그들과 내가 만들던 미래 (12-10-화, 맑음) (3) | 2024.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