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짐승의 나라에서 사람으로 살기 (12-11-수, 맑음) 본문

비번이라 청사에는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대장암 진단을 위한 분변키트를 병원에 가져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집 앞 '모밀지기'에 들러 고기만두와 냉메밀을 먹었습니다. 여름에 먹었을 때보다 뭔가 아쉬움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확실히 냉면은 여름에 먹어야 맛있나 봅니다. 집에 돌아와 한숨 자고 오후엔 '테넷'이라는 영화 한 편을 보았는데, 영화가 너무 어려워 당최 이해가 잘 안 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유튜브에 검색해 보니 영화 해석을 위한 다양한 영상들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영화를 탓하기보다 내 머리를 탓하긴 했지만, 아무튼 해설을 참고하며 다시 한번 봐야겠습니다.
요즘 바보 왕과 그의 아내 때문에 온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개념 없는 인간이 권력을 갖게 되면 얼마나 국가와 국민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는가를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더군요. 안쓰러운 생각마저 듭니다. 혹시 (그의) 권력에 기생해 온 거머리들이 제 밥그릇 수명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해 보려고 바보 왕(往)에게 자꾸만 왜곡된 정보를 주입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허튼짓하도록 가스라이팅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를테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희망 고문하고 있는 거지요. 거머리들이야 바보 왕(往)에게서 더 취할 게 없을 때 바로 손절하면 그만이니 ‘밑져야 본전 심리’가 있지 않겠어요? 한마디로 본인의 단무지 기질과 주변의 감언이설, 그리고 “오빠, 이거밖에 안 돼?”라고 보채는, 용산 달기(妲己)의 짜증이 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뇌를 가진 분(糞)이 어찌 이렇게 상황을 오판할 수 있는 걸까요? 살기 위해 선택한 수(手)였겠지만, 치명적인 자충수가 될 듯합니다. 또 그렇게 되도록 (자충수가 되도록) 우리가 만들어야겠지요. 그래도 바보 왕이 자주 뻘짓을 하는 바람에 좀 더 빠르게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무도한 짐승이 날뛰는 나라에서 사람으로 살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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