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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탄핵 (소추안) 가결 축하 번개 (12-15-일, 맑음) 본문

일상

탄핵 (소추안) 가결 축하 번개 (12-15-일, 맑음)

달빛사랑 2024. 12. 15. 23:48

 

오전에는 시장 다녀와서 빨래와 집안 청소를 했고, 오후에는 무료해서 죽을 지경인 은준의 전화를 받았다. 어제 있었던 탄핵을 주제로 한 30분 떠들다가 내 쪽에서 지레 지쳐서 "컨디션 괜찮으면 낮술 한잔하고 일찍 끝내자"라고 내가 먼저 술 얘기를 꺼냈고, 은준은 반색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고 나서 혁재에게도 전화했다. 혁재는 어제 갑자기 어머님의 컨디션이 나빠진 탓에 탄핵 촉구 집회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물며 모친을 돌봤다. 어머님의 안부도 물을 겸해서 전화했더니 다행히 어머님은 혼자 식사도 할 만큼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나올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가능하다고 해서 혁재도 함께 만나기로 했다.

 

모래내 시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혁재는 모래내 시장을 신기시장으로 들었다고 한다. (어쩐지 "형네 집까지는 너무 멀어요" 했던 혁재가 우리 집에서 불과 한 정거장 떨어진 모래내 시장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는 "좋아요. 집에서 출발하면서 다시 전화드릴게요"라고 말한 게 이상하긴 했다) 혁재는 아마도 신기시장 '이쁜네'쯤에서 만나자고 한 걸로 이해했던 모양이다. 금방 나올 것처럼 말했던 후배들은 전화 끊은 지 한 시간 반 만에야 비로소 집에서 출발했다.

 

5시쯤 은준과 먼저 만났고, 혁재는 30분쯤 늦게 도착했다. 셋이 술 마시는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모래내 시장엔 먹을 것도 많았는데, 정작 은준과 혁재가 음식을 가려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았다. 은준은 돼지고기와 순대, 감자탕을 좋아하지 않았고, 혁재도 가리는 게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소곱창볶음(1차)과 육회(2차)를 안주로 먹었다. 사실 혁재는 소곱창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먼저 도착한(만난) 은준과 내가 주문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게 된 것이다.

 

시장통인데도 1, 2차 합쳐서 술값이 10만 원가량 나왔다.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하긴 안주 값은 1, 2차 합쳐 6만 원(1차 : 소곱창 1인분 13,000 ×3명, 2차 : 육회 20,000)이었고, 술값이 4만 원가량 나온 것인데, 술값을 병당 5천 원으로 계산하면 소주 막걸리 합쳐서 3명이 9병쯤 마신 것인데, 각 사람의 주량을 생각하면 양호하게 마신 셈이다. 9시 30분쯤 실내 포장마차에서 나온 우리는 전철역(모래내시장역 4번 출구) 앞에서, 나는 집으로, 은준은 제물포로, 혁재는 간석동에 있는 카페 ‘산’으로 각각 헤어졌다. 윤 탄핵을 축하하는 조촐한 번개 술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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