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부평풍물대축제 (9-28-토, 맑음) 본문
오전에는 채소가게에 들러 오이와 고추, 깻잎과 청경채를 사다 놓고 쉬다가 점심에 오랜만에 잔치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채소 사러 가다가 만난 가을하늘이 너무 청명해 가끔 테라스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온은 생각보다 높은 하루였다. 9월의 날씨치곤 더워서 장 보고 오면서 땀을 뚝뚝 흘렸다. 늦더위가 정말 집요하다.
오후에는 잠깐 낮잠 자고 일어나 빈둥대다가 6시쯤 부평 풍물 축제 구경하러 가려고 집을 나섰다. 저녁때가 다 됐지만 날은 여전히 뜨거웠다. 6시 30분쯤 개막식이 벌어지는 주무대에 도착했을 때, 무대에서는 내빈들의 축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교육감 축사까지만 듣고 개코네 막걸리로 이동하다가 보운 형과 교육감 수행비서를 비롯한 교육청 직원들을 만났다. 아마 오늘 낮에 도원 축구장에서 열린 새얼문화재단 백일장에 참석했다가 곧바로 풍물 축제 현장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주말 없이 움직이는 수장 때문에 국장급들은 늘 고생이 많다.
‘개코네’ 식당에 도착하니 이미 야외 테이블에는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강혁 형과 수홍 형 일행들이 자리를 예약해 놓아 그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늘 봐왔던 선배들과 지인들, 정치가와 문화단체 실무자들, 특별히 하는 일도 없으면서 거들먹대는 문화 건달들……, 매년 축제에 오면 만나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렇지만 내가 아는 지인들은 대부분 개막식 공연이나 마당에서 벌어지는 각종 풍물 공연은 구경할 생각도 안 하고 오로지 대낮부터 술을 마신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도 어느덧 선배의 나이가 되다 보니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여기저기서 인사하러 오는 후배들이 꽤나 많았다. 현직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문화단체 본부장, 단체 실무자 등 성향도 다양한데, 특히 내 주위에 정치하는 지인들이 이렇게나 많았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이곳저곳에서 선배들이 불러 자리를 옮겨 다니며 술잔을 받다가 개막식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 개코를 나와 무대 쪽으로 이동했으나, 갑자기 너무 졸리고 피곤해 그냥 시장역에서 전철 타고 집에 왔다. 집에 돌아와 주머니를 뒤져보니 받은 명함만 10장 가까이 되더라. 내년에는 오롯이 공연만 즐기다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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