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다시 돌아온 나의 자리 (9-29-일, 맑음) 본문
어제 개코네 식당에서 우리 일행들에게 인사하러 온 국민의힘 지역위원장에게 쓴소리 한 게 종일 맘에 걸렸다. 정작 당사자는 그냥 피식 웃고 말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내 지인들의 황당해하는 표정이 잊히질 않기 때문이다. 한때 내 운동의 동지였던 그 ‘늙은이들’이 언제부터 그렇듯 온정주의자들이 되어 버린 건지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다. 물론 인사차 온 사람에게 쓴소리 한 건 내가 생각해도 좀 그렇긴 하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정치 좀 제대로 하라고 일러주세요.”라는 말이 못 할 말은 아니잖은가? 정색하고 한 말도 아니고 농담조로 던진 말이라는 건 누가 봐도 뻔했는데, 말을 들은 당사자보다 내 동료들이 더욱 황당해했다는 게 아침 내내, 심지어는 꿈속에서조차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특히 C형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 형은 나와 함께 같은 조직에서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해왔던 양반인데,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의 적극 지지자로 바뀌더니 최근에는 통일전선이라는 명목하에 보수우익들과의 연대에도 적극적이다. 그 깊은 속내야 내가 알 수 없지만, 앞선 선배들, 이를테면 김○수, 이○오 등이 수구세력으로 변질되어 갈 때, 대체로 그와 같은 순서를 밟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지 않을 거라 믿고 싶지만, 나이를 먹으면 생각도 엷어지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변질의 위험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번잡한 소음 속에 있다가 고즈넉한 내 자리로 돌아왔으니 그 소음 속에서 달고 왔던 쓸데없는 생각을 잘라버리고 오롯이 내 마음에 집중할 일이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는 그런, 전형적인 가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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