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가을장마 ❙ 독감백신 접종 (9-20-금, 종일 비) 본문
기온이 그야말로 ‘뚝’ 떨어졌다. 한낮은 물론 잘 때도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될 만큼 선선해졌다. 게다가 새벽부터 비도 내렸다. 비는 장맛비처럼 종일 내렸다. 근래에 만난 비로는 최고 강우량이 아닐까 생각된다.
출근해서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으니 새로운 의욕이 솟는 것 같았다. 이래서 휴식이 필요하다. 얼추 일주일 만에 만난 사무실 동료들은 명절 후일담들을 풀어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족들이 많으면 일화도 많은 모양이었다. 마을 교육특보인 K 목사는 이번 명절에 미국에 있는 형제들과 조카가 귀국한 모양이었다. 특히 조카는 미군이 되어 한국으로 배치된 건데 그의 안내로 형제들이 미국 캠프를 구경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보운 형은 술꾼답게 지인들과 술 마신 이야기와 갑자기 형수가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며 아파트를 이곳저곳 검색해 본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내와 자신이 돈을 합치면 융자 없이 새 아파트를 살 정도는 되는데, 다만 그러면 무슨 돈으로 생활할 수 있겠느냐며 푸념인지 자랑인지 모를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나는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귀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가끔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들어 한마디 하고 싶었으나 그러지는 않았다.
점심에는 특보들 모두 약속이 있어서 오랜만에 비서실장과 돼지국밥을 먹었다. 조금만 늦어도 자리 잡기 힘든 식당인데 좀 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빈자리가 있었다. 희한하게 비 내리는 날에는 칼국숫집과 국밥집이 북적인다. 물론 청사 주변의 식당들이 그렇다는 말이지 일반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후에는 다인아트 윤 대표가 원고 뭉치를 들고 사무실에 찾아왔다. 늦봄부터 시작한 권모 씨의 자서전 PDF를 출력한 원고들이었다. 편집 막바지에 이르러 최종 교정을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 거친 원고를 수정해서 정말 ‘간신히’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한편으로 뿌듯하다. 권 선생은 무척 소심하고 꼼꼼해서 책 만드는 작업자들을 무척이나 귀찮게 했는데, 이제 권 선생의 귀찮은 문자를 안 받아도 될 때가 온 것이다.
윤 대표를 보내고 오후 4시쯤 가수 이정현이 남편에게 차려줬다고 소문난 청사 앞 ‘연세 와 병원’(병원 이름인 ‘와’는 가수 이정현의 히트곡 제목이다) 별관에 들러 독감 예방백신을 맞았다. 그런 까닭에 비 내리는 날이면 으레 들르는 갈매기에 가지 않고 곧바로 귀가했다. 백신 맞은 당일에는 운동과 음주, 심한 운동과 샤워도 삼가라는 의사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밤중이 되어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흡사 장맛비 같았다. 유튜브 영상들의 제목이나 섬네일에 ‘가을장마’라는 단어가 많이 올라와 있는 걸 보니 쉬 그칠 비는 아닌 모양이다. 내일 구월동 상인연합회 축제라고 하던데, 회장인 갈매기 종우 형 걱정이 많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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