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다시 찾아온 불면 (12-03-일, 맑음) 본문
불면3
1
잠은 자꾸만 이불을 걷어차고
눈꺼풀 위로는 온통 자줏빛인 하루분의 기억
빛은 대부분 방을 빠져나가고
오후 3시의 단골 술집 표정으로
여전히 남아있던 몇 개의 소심한 빛
거리로 나선 빛들이 만난
익숙한 주검들의 풀린 동공들
고향이 이빨 사이에 걸려 있던
미처 삼키지 못한 어둠 한 조각
2
‘누가 자꾸 내 머릿속에 이야기를 심는 거지’
어금니 빠진 자리마다 생긴 휑한 심연에서
유년의 구슬들 연신 튀어 올랐다
"거기 누구 있어요?"
공명의 저 끝에선
아홉 살 무릎에 상처를 남긴
마른 감나무 부러진 가지들을 밟고
엄마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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