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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변화 없는 날들 (11-28-화, 구름 조금) 본문

일상

변화 없는 날들 (11-28-화, 구름 조금)

달빛사랑 2023. 11. 28. 20:33

 

 

그렇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고 있다. 건강하고 전향적인 변화 가능성을 단단하게 틀어쥐고 있는 것의 정체를 잘 알고 있지만, 그 완강한 질곡의 구조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이다. 욕망이 습관이 되면 무섭다. 게으름은 영혼을 병들게 한다. 나는 게으르진 않지만 욕망의 유혹 앞에서 자주 무너졌다. 그 무너짐의 흔적이 4계절 굽이마다 낭자하다. 겨울은 그래서 특히 아프다. 가장 많은 상실과 패퇴를 경험했던 계절이었으니......

 

어느 겨울, 친구 하나가 내 쪽으로 술을 뿌렸고 나는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갈겼다. 내 옷과 가방 위로 술이 튀었다. 그가 흘린 코피가 탁자 위에 뚝뚝 떨어졌다. 때린 것은 나였지만, 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동료들은 먼저 도발한 친구보다 주먹을 휘두른 나에게 훨씬 힐난의 눈빛을 보였다. 억울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니 동료들의 태도가 이해되었다. 

 

또 어느 겨울,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후배의 입술을 받았다. 그때 나는 사귀는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결코 아니다. 당돌하게 들이대는 그 후배의 대시를 만류하고 타이르고....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라는 생각과 함께 그 후배를 연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눈물을 찔끔거리던 후배가 갑자기 입을 맞췄고 나는 피하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고, 집에 와서도 오래 그녀를 생각했다. 얼마 후 나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렇다고 후배와 사귄 것은 아니다. 

 

물론 모든 겨울이 상실과 패배의 기억으로 얼룩진 것은 아니다. 친구의 자취방이 있던 경기도 백마와 서울 봉원동 의 추억은 언제 생각해도 늘 푸근하다. 도대체 그 많은 술을 어떻게 마셨을까. 주량의 문제가 아니라 술값의 문제를 생각하는 것인데, 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젊은 날의 이야기다. 그야말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아무튼 요즘처럼 그렇고 그런 날들을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노라면, 문득 봉원동 자취방에서 밤이면 밤마다 모여 술 마시고 노래하며 문학과 철학을 이야기했던 그 시절의 내가 자꾸만 떠오른다. 도대체 어느 만큼 거기서 멀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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