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人生到處 有上手! (8-7-월, 저녁에 거센 소나기) 본문
체중과 혈당 관리를 시작하면서 건강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다. 유튜브는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의 바다다. '설마 이런 정보까지 올려놓았겠어?' 하는, 정말 사소한 것에서부터 철학, 과학과 같은 인문 사회과학적인 영역에 관한 논(論)과 설(說) 등 없는 게 없다. 다만 올바른 정보와 허접한 정보를 변별하지 못하면 그 바다에 빠져 헤매게 된다. 헤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자칫 잘못하면 사이비 교주나 왜곡된 확신범이 되기 일쑤다. 아무튼 나는 당뇨에 관한 지식이나 간헐적 단식법, 운동하는 법에 관한 모든 정보를 유튜브에서 얻고 있는데, 이 검증되지 않은 재야의 백가(百家)들이 일제히 풀어놓는 '썰' 중에서 어떤 것이 정말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인가를 변별하는 일은 나에게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자칭 타칭 고수들과 여러 전문가들이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답을 제시할 때다. 예를 들어 직접 자신이 효과를 봤다는 재야의 어느 고수는 운동만으로도 혈당을 잡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가 하면, 또 어떤 종합병원 의사는 운동만으로는 결코 당뇨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의사는 공복운동을 강조하고 또 어떤 의사는 공복운동을 만류하고, 또 어느 고수는 당뇨약을 절대 먹지 말라고 당부하고, 또 어느 의사는 초기당뇨부터 선제적으로 당뇨약을 먹으면 당뇨의 진행과 발전을 사전에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약간 두려움이 있어 자칭 타칭 전문가들의 말을 거의 필터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관리의 일관성을 종종 잃게 되었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그들이 말하는 의미 있는 효과가 발현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내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편이다.
사실 이러한 판단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사실 어느 의사 때문이다. 나는 열이 많은 몸이라서 한겨울에도 찬물을 마신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따듯한 물을 마셔야 몸에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의사는 자신도 위장에 열이 많아 늘 찬물을 마시고 있다며, 특별한 지병이 없는 한 각자의 체질 문제지 찬물은 나쁘고 더운 물은 몸에 좋다는 건 의학적 진실은 아니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바로 저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체질도 각양각색이고 먹는 음식, 처한 환경도 다 다른데, 어찌 그 많은 사람에 관한 처방이 한가지뿐이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한방에서는 사람의 체질마다 처방도 다른 사상의학(四象醫學)이 일반화되어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플라세보 효과를 믿는다. 모든 치료에서 심리적인 측면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게 나의 믿음이다. 심리전에서 지면 육탄전에서도 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일단은 제 증상과 마주했을 때, 자신감이 중요하다. 자신감이 있어야만 비로소 극복의 길이 보인다. 초반 기싸움에서 패배하면 이후의 전선에서 늘 수세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고, 또 타인의 말에 쉽게 현혹된다. 그렇게 되면 치료는커녕 상심만 깊어지고, 건강은 더 나빠지고, 건강이 나빠지니 치료는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니 환우들이여, 자신감을 가져라. 인생도처에는 타인에게 도움주고 싶어하는 상수(上手)들이 생각보다 많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당신 역시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선순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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