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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많이 다른 느낌의 여름 (8-5-토, 소나기) 본문

일상

많이 다른 느낌의 여름 (8-5-토, 소나기)

달빛사랑 2023. 8. 5. 20:40

 

6시 전후에 일어나 공복 혈당 체크하고, 이부자리 정리한 후 유산소운동 1시간, 출근해서 일하고, 점심 먹고 운동하고 혈당 체크, 퇴근해 식사하고 운동하고 혈당 체크, 11시에서 12 사이에 취침하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대체로 비슷한 패턴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집에 있는 날은 인터넷 웹서핑을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시간이 직장에 있을 때보다 다소 많아지는 것뿐 평소와 대동소이하다. 범인의 일상이라고 해도 무척 무미건조한 일상이다. 그러나 건조해 보이는 이런 루틴이 올여름에는 평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왜냐하면 생활 패턴이 이렇게 바뀌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았고, 변화 가능성이 요원했던 몇몇 습관들이 한순간에, 그것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평범함 속에 진리가 숨어 있다는 말이 결코 진부한 아포리즘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올여름이 나에게는 삶의 터닝포인트라고 할 만하다. 


오늘과 내일, 자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 후배 연극 감독에게서 끊임없이 참석 종용 문자가 왔다. 처음에는 자신의 연락처에 있는 모든 지인에게 보내는 문자려니 생각해 가만히 있었는데, 이후에 거푸 발송되는 문자에 살짝 짜증이 났다. 가고 싶었으나 사정이 있어 못 가는 사람도 있고, 갈 의지가 있는 사람은 문자로 채근하지 않아도 알아서 가는 법이다. 나는 그동안 후배의 거의 모든 공연에 참석했다. 하지만 새로운 작품이 아니라 이전에 이미 공연에 올렸던 작품을 배우만 살짝 바꿔서 다시 올리는 경우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연극도 아니고,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클래식 연극도 아닌데, 이미 본 연극을 반복해서 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때(참석 종용 문자를 받고도 참석하지 않았을 때)마다 정당한 관객의 권리는 고사하고 이건 뭔가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는 것이다. 어려운 연극계의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앵벌이처럼 지인에게 관극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후배는 내가 이 작품을 2019년에 이미 관람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거푸 문자를 보내는 건 불편한 강요가 아닐 수 없다. 하여, 참다참다 결국 "아버지 기일 때문에 불참!"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미안해, 이번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라고 보냈을 테지만, 이번에는 '불참!'이라고 짧고 단호한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소심한 A형인 나는 혹시 후배에게 상처가 될까 봐 다시 장황한 문자를 보내 나의 현재 상황(공연 기간 중에 아버지 기일이 있기도 하고, 특히 정양 중이라서 사람들이 모이는 그 어떤 공간에는 당분간은 가지 않을 생각이라는 것)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물론, 후배는 아쉽다는 말과 함께 건강 잘 챙기라는 답장을 보냈다. 웃음 이모티콘을 보내며 대화를 마무리하긴 했지만,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는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눈치 없는 행동도 정말 눈치 없이 당당히 해내더구만, 나 같은 내향형 인간들, 소심한 A형들은 남을 배려하면서도 늘 마음의 불편함을 겪어야 하니 여간 억울한 게 아니다. 소심해서 스스로 불러들인 억울함 아니냐고 힐난한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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