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미세먼지 창궐ㅣ예술인활동증명 (03-09-목, 맑음) 본문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어요. 호들갑 떨 일은 아닙니다. 처음도 아니니까요. 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저는 간도 크게, 글쟁이라는 이유로 책상 앞에 앉아 담배를 피웠어요. 벽지와 천장 색이 누렇게 변할 정도로 오래도록 방 안에서 담배를 피웠어요. 담배 피울 때는 당연히 창문을 열어야 하지요. 하지만 미세먼지 창궐할 때는 창문을 열 수가 없잖아요. 먼지 걱정(건강 걱정)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게 한편으로는 참 우습기도 하지만, 아무튼 둘 다 나쁘다면 한 가지는 삼가야 하는데, 담배를 끊을 수 없으니 미세먼지를 피한 거지요. 아마 문을 닫고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담배 연기가 벽지나 전장에 더 쉽게 들러붙었을 거예요. 할 수 없이 공기청정기를 돌렸지요. 그리 크지 않은 서재에 공기청정기를 2대나 돌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먼지는 참 집요해요. 문을 아무리 꽁꽁 닫아도 도대체 어느 틈으로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먼지가 집안 곳곳에 내려앉아 더께로 쌓이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그 '집요함'은 배우고 싶어요.▮예술인활동증명을 다시 했어요. 예술인복지재단에서 다시 또 보완하라는 문자가 왔더군요.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어요. 눈도 침침하고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한 장년층 작가들은 스캔하고 그걸 적당한 크기의 파일로 만들어 업로드하는 일이 만만하지 않거든요. 일단 지난 5년간의 작품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작품이 실린 문학잡지들을 책더미 속에서 찾아내야 하는데, 그것부터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나는 지난번에 요구 형식에 따라 제대로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일부 파일에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우니 다시 스캔해서 보내시거나 사진을 찍어 보내주세요'라고만 했지, 어느 파일,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알려주지 않아, 결국 30여 개의 파일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캔을 하고, 이름을 바꾸고, 크기를 확인해서 다시 30개의 파일을 신청서에 업로드한 거지요. 등단 수십 년 된 작가들은 인터넷만 검색해도 해당 작가의 활동 내역과 작품들이 주르르 나올 텐데...... 예술가복지재단 담당자들의 수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너무 효율성이 떨어지게 일처리를 하니 짜증이 난 것이지요. 잘은 모르지만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에 비해 담당 직원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건 아닐까요? 그렇지 않다면 신청완료까지 4개월이나 걸리는 데다, 이토록 까탈을 부려 작가들을 괴롭힐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투덜대긴 했지만 뒷말 나오지 않게 신청서를 다시 깔끔하게 작성해 보냈습니다. 곧바로 접수란에 '보완완료'가 뜨더군요. 이제 위원회 검토가 끝나면 유효기간 5년의 예술인활동증명서가 갱신될 것입니다. 꼭 운전면허 갱신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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