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울 엄마도 콩국수를 좋아하셨는데..... 본문

일상

울 엄마도 콩국수를 좋아하셨는데.....

달빛사랑 2022. 7. 18. 00:22

 

7월 하순의 날씨치곤 의외로 선선했다. 오늘만 같으면 여름도 만만한 계절이겠다. 오전에 잠깐 안과에 들러 각막의 상태에 관해 상담했다. 나는 분명 눈에 낭종(囊腫)이 보이는데, 의사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이걸 어떻게 보셨을까?” 이러는 거다. 심지어 의사는 내가 예민한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별문제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내 눈에는 분명 물집이 보이는데도 아무것도 아니라니 어안이 벙벙했다. 근처의 다른 안과에서 낭종(囊腫)을 제거한 지 2개월 정도가 흘렀다. 그런데 제거한 자리에서 다시 낭종이 재발한 것 같아 오늘은 다른 안과에 들러 본 것이다. 상담하고 나오면서 ‘그냥 원래 다니던 안과에 갈 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중년 여의사로부터 ‘아무것도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나오니 ‘정말 별일 아닌가?’ 하는, 이를테면 전문가의 한마디에 안심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이다. 아무튼 ‘내가 보증할 테니, 심각해지면 그때 다시 내원하세요.’ 하는 의사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점심에는 비서실 직원들과 시청 앞 ‘명인 콩국수’ 집에서 콩국수를 먹었다. 이 집의 콩국수는 무척 곱고 담백하다. 고소한 거야 말할 것도 없고, 면발도 어찌나 쫄깃하고 맛있던지 내가 먹어본 콩국수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맛이었는데, 다만 한 가지 못마땅한 건 가격이 다른 집에 비해 3~4천 원 비싸다는 것. 콩국수 한 그릇에 11,000원, 곱빼기는 13,000원. 이곳의 곱빼기 가격은 교육청사 앞 ‘황금 삼계탕’의 가격과 엇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빈자리가 많다. 가끔 별식으로 먹으면 모를까, 직장인이 매번 만 원이 넘는 돈을 점심값으로 쓰기는 쉽지 않다.

 

생전에 우리 엄마도 콩국수를 좋아하셨다. 말년에는 소화 기능이 떨어져 드시고 싶어도 못 드셨지만, 오래전에는 시원한 콩국수를 정말 잘 드셨다. 또한 70대 때만 해도 퇴근하는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시기도 했다. 엄마의 부탁을 받은 날은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사실 엄마가 몇 수저 뜨고 나면 결국 내가 다 먹어 치우곤 했지만, 내가 사 온 음식을 엄마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먹던 정경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 나게 아름답고 흐뭇한 정경이다.

 

말년의 엄마는 늘 “입에 당길 때 많이 먹어 둬라. 나이 들면 먹고 싶어도 몸에서 받질 못하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내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걸 매우 흐뭇해하셨다. 부모들에게 제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소리만큼 듣기 좋은 소리가 있을까. 아무튼 엄마는 힘든 시절을 통과해 온 것이 마치 자신의 탓이라도 되는 양 평생을 나에게 미안해하셨다. 어렸을 때 영양이 부족해 밤눈이 어둡고 잔병치레를 많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대의 아이들은 대개가 그랬다. 나의 어려움은 그 시대 평균치의 어려움보다 훨씬 덜했다. 아니 오히려 나는 교육열 높은 어머니와 아버지 때문에 유복하게 자란 편이다. 그런데도 한때 젖이 부족해 젖 투정을 하던 나의 모습을 잊지 못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내내 그것을 떠올리며 미안해한 것이다. 생각하면 아득하다. 콩국수를 먹을 때면 늘 엄마 생각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