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6월 16일 목요일, 후배의 시집을 받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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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 같은 날, 스산해진 마음을 다독거려 줄 정겹고 따듯한 시들을 소개합니다. 제목부터 제 마음에 쏙 드는 문동만 시인의 시집 『설운 일 덜 생각하고』(아시아, 2022년)입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시인의 삶과 그의 시가 정확하게 부합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재승덕(才勝德)한 시인 문사들을 얼마나 많이 만났던가요. 하지만 제가 만난 시인 중 문동만 시인은 꾸려가는 삶과 그것을 그려낸 시의 세계가 얼마나 아름답고 믿음직스럽게 맞아떨어지던지, 그를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살아가면서 서러운 일 서너 번쯤 겪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짓궂은 표정으로 작정하고 달려드는 슬픔을 피할 재간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슬픔은 어쩌면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독거리며 살아야 하는 운명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어깨에 힘을 뺀 문동만 시인의 진솔하고 소박한 ‘슬픔 다독거리기’가 너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생명이든 사물이든 눈길 주는 모든 걸 친구로 만드는 그 따듯한 마음이 너무도 부럽기도 했고요.
한 해의 딱 절반이 흐른, 비 내리는 6월 한복판에서, 팍팍한 현실에서 만나는 단비 같기도 하고, 잊고 있던 고향을 생각나게도 하며, 그리운 사람을 더욱 그리워하게 만드는, 내 마음의 본향 같은 시집 『설운 일 덜 생각하고』를 펼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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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콩밭도 없는 세상으로 가셨으나
완두콩 남겨두고 가셨네
나는
살 빠져나간 콩밥을 지었네
맛있게 먹고
설운 일 덜 생각하며
풋콩처럼 살아라
■시집 41쪽, 「설운 일 덜 생각하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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